생명보험사 상장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삼성생명 주식을 둘러싸고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삼성그룹이 벌이고 있는 공방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년 넘게 끌어온 양자 간 갈등의 주원인은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의 현금화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상장돼 채권단이 주식을 팔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큰 장애물은 없어지는 셈이지만 상장 후 주가가 변수이어서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은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재 출연 요구도 거셌다.
이에 삼성그룹 측은 이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주당 70만원으로 계산, 2조4,5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출연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시킨 뒤 주식을 팔아 빚을 갚고 만약 주식처분액이 부족하면 차액은 그룹 계열사들이 책임지기로 합의서를 썼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채권단은 주식만 들고 기다리는 셈이 됐다. 채권단은 결국 지난해 12월 삼성그룹을 상대로 연체 이자를 포함해 4조7,380억원의 약정금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삼성 측은 일단 내놓은 주식 350만주에 대해서는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 합의서는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금융제재 압력에 못이겨 어쩔 수 없이 쓴 것인 만큼 계열사의 연대책임 등 다른 약속은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모두 만족하려면 삼성생명이 이른 시일 내 상장되고 상장 후 가격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연체이자까지 회수할 수 있는 주당 130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장외가로 46만원 수준인 삼성생명 주가를 낙관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의 손실보전 책임을 거부하는 삼성이 원금에 맞먹는 이자 지급에 선뜻 동의할 것 같지도 않다. 상장 지연 책임을 놓고도 다툴게 뻔하다.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가려질 공산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상장이 된다 해도 상장 후 가격이 불확실하고 변수가 많아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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