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홍수 지역이라고요? 이젠 옛말입니다.”
경기북부의 대표적인 홍수지역이었던 파주가 확 달라졌다.
시간당 100㎜의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려 일산 신도시 등이 아수라장이 됐던 12일 오전. 인접 지역인 파주시에도 비슷한 양의 폭우가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끄떡없었다.
웬일인지 선로가 잠기거나 통행이 통제되지도 않았다. 피해라고 해야 문산 1,2개 도로가 2시간 정도 침수되고 농경지 155㏊가 물에 잠겼을 뿐이다.
1996, 98, 99년 집중호우 때 도시 전체가 거대한 호수로 변해 버렸던 지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당시 폭우에 이 곳의 단독 주택은 완전 침수되고 아파트도 2층까지 잠겼으며, 물은 허리 높이까지 차 올랐다. 피해 규모도 엄청났다. 96년에는 404억원, 98년에는 585억원, 99년에는 79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 98년에는 곳곳에서 산사태가 잇달아 33명이 목숨을 잃었다.
파주의 대변신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마디로 수해방지를 위해 엄청나게 투자하고 대비해온 덕분이다. 파주시는 2000년부터 3년간 무려 4,000억원 정도의 엄청난 예산을 수해방지에 쏟아 부었다. 우선 수해의 근원지인 임진강 본류에 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CC(폐쇄회로)TV를 설치, 하천 범람에 철저히 대비했다. 임진강 변에 있는 문산읍 동문천 둑방과 경의선 1㎞ 철로 지반을 3~5㎙ 정도 높이는 작업을 했고 두포천 두포제 2.28㎞와 마산제 1.68㎞의 둑 높이도 5㎙까지 높이고 하천 바닥도 넓혔다.
지역내 배수펌프장도 크게 확충했다. 기존 펌프장은 문산읍에만 있었으나 조리읍, 금촌, 봉일촌 등 취약지역 5곳에 펌프장을 신설했다. 이로 인해 배수용량은 분당 500~600톤에서 6배 가까운 총 3,000톤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무원들의 태도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문산기상대는 공무원과 침수 취약 지역민에게 기상특보 발령 1시간 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경고를 발령했다. 이번 물난리 때에도 파주시청 직원들은 200여명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이는 호우경보 시 출동해야 하는 규정인원보다 3배나 많은 숫자이다.
회사원 김모(42ㆍ파주시 문산읍)씨는 “몇 년 전만해도 파주하면 홍수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떠날 생각을 했는데 이젠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37ㆍ금촌동)씨는 “옆 동네인 일산 신도시가 물에 잠겨 아우성을 치는 모습을 보고, 다른 나라 일 같았다”며 “고양시도 파주시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들이 파주시의 수해대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잇달아 파주를 방문하고 있고, 전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주와 함께 단골 침수지역이었던 동두천시와 연천군도 2003년부터 대대적인 하천정비와 교량 재가설 사업을 마쳐 이번 폭우에도 피해규모가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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