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이 난항 끝에 13일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때문에 냉랭했던 분위기는 회담 기간 내내 이어졌고, 결국 평양의 훈령을 받은 북측 대표단 철수로 막을 내렸다. 차기 회담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끝나는 바람에 회담 결렬 후유증으로 남북관계에도 당분간 먹구름을 드리울 전망이다.
결렬 배경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근본적 이유다.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감지된 5월 중순부터 정부는 북측에 발사 중단을 계속해서 요구했다. 하지만 북측은 대포동 2호를 비롯해 7기의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했고, 남쪽과 국제사회가 들끓기 시작했다.
“이런 시국에 북한과 왜 대화를 하느냐”며 국내 여론이 악화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11일부터 장관급 회담을 강행했다. 대화를 완전히 단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다만 회담 의제를 미사일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한정한다고 발표, 북측을 압박했다. 또 쌀 50만톤과 비료 추가지원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때까지 유보한다고 쐐기를 박은 상태였다.
이처럼 썰렁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열렸기 때문에 애초부터 난항이 예정돼 있었다. 양측 입장 차이는 12일 기조발언에서부터 드러났다. 공언했던 대로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남측과 달리 북측은 “선군정치가 남쪽의 안전을 돕는다”는 엉뚱한 논리로 맞섰다. 처음부터 남북간 코드가 달랐고 회담은 평행선을 달렸다.
두 차례의 수석대표 접촉에서도 북측은 “미사일 문제는 군부에서 알아서 하는 일이고, 6자회담 복귀도 이번 회담에서 다룰 의제가 아니다”라며 논의를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쌀 50만 톤 지원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하지만 북측이 아무 것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남측도 쌀 문제를 풀 수는 없었다. 결국 절박한 식량사정 때문에 수모를 무릅쓰고 회담에 참석했던 북측 대표단은 남측의 완강한 입장을 확인한 뒤 “회담을 더 끌어도 쌀을 얻어갈 수 없겠다”고 판단, 조기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평양에서 진행된 북중간 6자회담 복귀 협의에 진전이 없었던 것도 회담 조기 종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
최고위급 남북대화인 장관급 회담이 공동보도문조차 내지 못한 채 결렬됨으로써 남북관계 경색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북측이 금융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도 좋지 않다.
북측은 이날 철수 성명에서 “북남관계에 파국적 후과(결과)가 발생하게 만든 데 대해 민족 앞에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2001년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6차 장관급 회담이 9ㆍ11 테러에 따른 남측의 비상경계태세 문제 때문에 공동보도문을 내지 못하고 결렬된 이후 9개월 동안 남북대화가 중단된 적도 있다.
하지만 북측 입장에서는 식량과 경제재건 등의 필요성 때문에 남북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남측이 이번 회담 기간 미사일과 6자회담 해법을 전달한 만큼 북측도 곧 판단을 내릴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가닥을 잡는 데 따라 남북관계도 좌우될 전망이다.
부산=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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