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북핵 6자 회담 복귀하라”고 설득했던 중국의 노력이 실패로 끝나고 중국ㆍ러시아가 독자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관련 결의안을 제출하면서 미사일 문제가 다시 유엔 무대로 옮겨졌다.
중국, 러시아가 12일 제출한 결의안은 무력사용까지 가능토록 한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지 않고 있다. 또 북한 제재를 강제 조치가 아닌 유엔 회원국에 대한 권고사항으로 바꾸는 등 일본, 미국 주도의 결의안에 비해 강도를 훨씬 낮췄다.
그러나 중ㆍ러가 당초 구속력 없는 의장성명을 주장하다가 이례적으로 한결 강력한 수단인 결의안 채택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고 보고 있음을 반영한다.
중ㆍ러가 독자 결의안을 제출했다는 것은 앞으로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협상의 기본이 될 최소한의 내용이 정해졌다는 뜻이다. 중ㆍ러 결의안 보다 더 완화한 내용을 채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ㆍ일 결의안에서 중ㆍ러가 가장 반대한 유엔헌장 7장 적용부분이 최종 결의안에 담겨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ㆍ러 뿐 아니라 한국 정부도 ‘결정 집행을 위해 교통, 통신수단의 단절과 외교관계 단절, 나아가 육ㆍ해ㆍ공군에 의한 무력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유엔헌장 7조의 적용이 장기적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반대해 왔다.
유엔헌장 7장의 적용을 배제하면 이후에는 결의안에 담겨질 내용의 표현 수위가 협상의 주요 대상이다. 미ㆍ일 결의안은 미사일ㆍ대량살상무기 관련 부품, 물자, 상품, 기술의 북한으로의 이전과 북한으로부터의 조달 금지를 강제조치로 상정했으나 중ㆍ러 결의안은 이를 유엔 회원국에 대한 권고사항으로 수위를 낮췄다.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앞으로 수일 동안 안보리를 통합시킬 수 있는 방안과 표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상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중ㆍ러 결의안에는 없는 미사일 관련 재정자원의 이전 금지 부분이 살아남을 지도 관심거리다. 중국이 결의안 수정을 위한 협상 여지를 남긴 것은 북한 설득실패에 따른 ‘좌절감’에서 비롯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 역시 자신의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라 중ㆍ러와 자구 수정 협의를 거쳐 15~17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이전에 결의안 채택을 마무리 짓는 쪽으로 방침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 간부는 “구속력 있는 결의안 채택이 중요하다”며 “오늘부터 문안 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북한을 미사일 모라토리엄(발사 유예)로 복귀토록 하는 것이 미국이 가장 관심을 두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안보리 협상이 본격화하면 실제 결의안 처리는 G8 정상회의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한이 그 전에 태도를 바꾸면 안보리 논의는 다시 멈출 수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