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남북 장관급 회담 결렬에 앞서 13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과 누리마루에서는 오전부터 긴박한 움직임이 감지됐다.
회담 결렬이 결정된 것은 오전 10시40분 남북 수석대표 접촉 자리였다. 북측은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수석대표 접촉을 제의했고, 이종석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가 호텔 내 접견장에 마주 앉았다.
권 단장은 이 자리에서 쌀 지원을 계속 요청했고, 이 장관은 6자회담 복귀 이전에는 쌀 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권 단장은 “더 이상 회담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며 이 장관에게 철수 결정을 통보했고, 이미 전달할 내용은 다 전달한 만큼 회담을 지속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이 장관도 회담 조기 종료에 합의했다.
오후 2시30분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종결회의도 경직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2박3일 동안 편하게 지냈느냐”는 이 장관의 의례적 인사말에 권 단장은 “숙소 조건은 좋았는데 문제는 숙소가 아니라 사람 마음이고,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을 대할 때 마음이 아팠다”고 냉랭하게 답했다.
종결회의가 4분만에 비공개로 전환되고 회담장 바깥에 나온 북측 기자단은 남측 기자단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전달했다. 북측 대표단도 같은 시간 종결회의장에서 성명을 발표했다. 북측은 A4 용지 3장짜리 성명에서 “북남상급회담은 결코 군사회담이 아니며 6자회담은 더욱 아니다”고 주장했다. “남측은 구실과 변명으로 기본 문제 토의를 끝끝내 회피했다”고 남측을 비난하기도 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번 회담 기간 숙소와 회담장 외에는 바깥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우리측은 이전의 화합적 분위기 대신 냉담한 사무적 ‘원칙’을 유지하면서 북측의 요구를 철저히 일축했다. 회담장 주변에서는 이런 홀대도 북측의 감정 섞인 성명 발표 배경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돌았다.
부산=정상원기자 om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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