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 미사일 발사, 김정일의 계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 미사일 발사, 김정일의 계산

입력
2006.07.13 23:58
0 0

북한이 7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은 무엇일까. 그 전제는 첫째 발사 후에 미국이 군사보복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둘째 미국의 냉대로 상한 자존심의 회복, 셋째 물리적 군사력 과시를 통한 세계이목의 집중, 넷째 미국의 강경 입장에 변화가 있을 때까지, 최악의 경우 다음 미 행정부의 등장 때까지 6자회담을 지연 내지 포기하겠다는 입장 표명, 다섯째 누구의 압력 또는 설득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배타적 자주의식 등을 입증한 것이다.

즉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정치적 군사행동이었다. 주로 심리전 효과를 노린 미사일 발사는 우선 단기적으로 크게 성공한 셈이다. 2001년 미국의 현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가 이렇게 큰 반응을 보인 적은 없었다.

미국이 당장 군사적 보복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김정일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는 발사 이전에 체니 미 부통령이 시인한 바도 있다. 대포동 2호가 실패하지 않고 제대로 발사되었더라면,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의 요격 미사일에 의해 차단될 수 있었다는 추측은 위험할 정도로 근거가 부족하다. 미사일방어체제는 아직도 미완성 단계이기 때문이다.

● 오직 미국에만 신경 쓰는 북한

북한 당국자들은 국제고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내 통제에 도움이 되는 고립을 환영한다. 북한 지도부가 우려하는 것은 개방과 개혁이 체제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북한이 고립만 자초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은 서방세계의 시각에만 부합할 뿐 북한에 대한 효력은 없다.

북한은 중국이 지원을 단절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북한이 달가워서가 아니라, 중국 자국의 이익 때문에 싫어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힐 차관보가 이번 주 베이징까지 헛걸음을 치면서 새삼 터득한 것처럼 북한은 중국 말을 듣지 않는다.

김정일이 가장 크게 신경을 쓰는 나라는 미국이다.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는 부차적인 신경을 쓸 뿐이다. 김정일은 근본적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 이번과 같은 초강경수가 국제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초래하게 된다는 사실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유엔에서 미ㆍ일이 북한에 대한 제제결의안을 추진할 것을 평양은 충분히 검토했을 것이다.

평양은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일본으로부터 경제윈조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터득한 지 오래다. 북한은 일본의 초강경 반응이 한ㆍ일간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고 한ㆍ미간에 이견이 지속되는 것을 환영한다.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을 열었으면서도 한국을 우습게 안다. 입장이 가장 난처해진 것은 노무현 정부다. 국민의 지지를 잃고 있는 한국 정부는 아무리 장기적 평화전략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더 이상 대북지원정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측대표는 한국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거나 무시하는 언행으로 한국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자초했을 뿐이다.

6자회담의 전망도 여전히 어둡다. 6자 구도 내에서 5자가 한 목소리를 내어 북한의 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는 부시의 주장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효과도 없다. 이미 실패한 주장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5자나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경험이 보여주는 것처럼 5자가 한 목소리를 내게 되지도 않는다.

● 평양과 워싱턴, 같이 결단 내릴 때

미국은 북한이 저절로 붕괴될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은 유엔과 일본 등과의 협력을 통해서 북한에 대한 국제압력을 가하고, 군사대응책도 강화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외교 압력이나 방어 차원의 군사조치 강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북한 문제다. 전략적 결단은 평양과 워싱턴이 다 같이 내려야 할 때가 왔다. 미국은 더 이상 이라크, 이란 문제에만 매달리면서 북한 문제를 뒷전에 놔두기가 어렵게 됐다.

김동현ㆍ고려대 연구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