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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우리 부부야, 웬수야?' 부부 카운셀링 그림 에세이스트 강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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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프리가 만난 사람 - '우리 부부야, 웬수야?' 부부 카운셀링 그림 에세이스트 강춘

입력
2006.07.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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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뭐냐고요? 이심이체. 마음도 몸도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정을 나누고 사는 일인데 어떻게 일심동체가 되겠어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죠.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부부들이 많이 싸우는 겁니다.”

강 춘(64)씨는 지난 1년간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의 ‘우리 부부야, 웬수야?’ 블로그를 뜨겁게 달군 주인공. 아들 장가 보내기 전에 가사일은 제대로 가르쳐서 보내야 한다고 부르짖고, 결혼식장에서 장인이 신부를 남편에게 건네주는 것은 이제 그만하고 시어머니가 남편을 아내에게 건네줘야 한다는 혁명적인 발상을 마다하지 않는다.

‘삐딱한 생각을 가진 젊은이’ 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춘씨는 백발에 꽁지머리를 한 60세를 훌쩍 넘긴 결혼 37년차 남자였다. 평생 고부간의 갈등으로 부부싸움을 달고 산 그는 결혼 32년차가 돼서야 ‘부부해방사’ 아니, ‘아내해방사’로 나섰다. 그때부터 ‘부부’를 주제로 그림 에세이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부부간, 고부간의 미묘한 갈등을 묘사한 그림을 올릴 때마다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요즘도 주제가 성(性)일 때는 1만 명의 네티즌이 다녀갈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만화 같은 그림 한 점을 보고 달리는 댓글 수도 엄청나다. 리얼한 부부 스토리 묘사가 부부들의 마음을 녹인 것이다.

“이야기의 90%는 제 경험에서 나온 겁니다. 평생 아내를 힘들게 한 저의 잘못을 뉘우치는 내용들이죠. 하하. 이제야 철이 들었어요.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인생선배로써 해주고 싶은 말들을 그림과 짤막한 글로 담아냈어요.”

남자망신 다 시킨다고 여전히 핀잔 주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는 자신이 그나마 이 정도로 철이 든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글로, 그림으로 부부관계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머리로는 철이 들었는데 아직도 행동은 애송이란다. 아직도 아내와 티격태격 싸우니 말이다. 한번 틀어지면 3~4일 말을 안 섞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며 씨익 웃는다.

“그래도 진짜 부부라면 가끔은 싸워야 해요. 물이 고여 있으면 썩는 것처럼 부부도 가끔 싸워야 관계가 뜨거워지는 법이거든요.”

요즘 젊은이들이 들으면 펄펄 뛸지 모르지만 조금은 인내하고 배려하되 너무 참지는 말하는 얘기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부부 그림 에세이의 폭발적인 반응에 처음엔 그도 당황했다. 조회수가 올라갈수록 불안하기도 했다. 부부사이에 문제 있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고부간의 갈등이나 성문제, 폭력 등 민감한 이슈의 그림이 올라 갈 때면 부부학 난상 토론장을 방불케 한다.

얼마전에는 남편의 폭력 때문에 괴로워하는 어느 부인의 사연을 받고 ‘K주부의 남편에게 드리는 경고입니다’라는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 한 장에 수천명의 네티즌이 격분하고 이에 대한 각종 대안을 제시했다. 진정한 부부상의 해답을 그들과 함께 찾아나가는 느낌이었다.

“네티즌과 온라인에서 대화하면서 몰랐던 부분들을 많이 듣고 느끼고 배워요. 부부관계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없어요. 그들만의 방법대로 살아 가는 것이죠. 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있는 것처럼 지구에도 엄청나게 많은 부부들이 살고 있지 않습니까? 앞으로는 그들 사연을 하나씩 훔쳐 그림으로 공개할 생각입니다.”

▦ 강 춘(본명 강인춘ㆍ64)씨는?

1960년대 초 홍익대학교 미술대를 다닐 때 오일페인팅으로 범벅이 된 청바지를 즐겨 입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멋 부리려고 일부러 찢어 입기도 하고 헌 옷 느낌이 나는 빈티지 스타일의 옷을 돈 주고 사 입기도 하지만 그는 당시 그 한 벌로 오래 버티려고 입었었다.

KBS에서는 ‘여로’ ‘실화극장’ ‘파도’ 같은 드라마의 서체 디자인을 했고 장충동에 있는 국립극장에서는 무대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그 후 동아일보사 미술부에서 23년간 일러스트레이션과 북디자인을 맡았다. 그가 디자인한 책 표지만 해도 300개가 넘는다. 지금은 서울 마포에 리버스 디자인 사무실을 경영하고 오마이뉴스 인터넷 신문에 그림 에세이를 1년째 연재하고 있다. 얼마전 1년간 연재된 강춘의 그림 에세이중 100장면을 뽑아 ‘우리 부부야, 웬수야?’란 책을 펴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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