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일처제가 동물로서의 인간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다. 사랑의 유효기간은 고작해야 몇년이고, 백년해로는 환멸로 끝나고 마는 허구이거나 판타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륜이 생활양식의 하나로 확고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이 시대, 우리는 왜 아직까지도 결혼이라는 일부일처제를 고집하는 것일까.
MBC가 진화론에서 남녀의 성적 행동과 짝짓기의 해답을 찾아보는 MBC 스페셜 ‘일부일처-인간 짝짓기의 진화’를 16일과 23일 밤 11시30분에 방송한다. 6개월간의 심층취재를 통해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진화론계의 여러 석학들을 만나 그들이 오랜 연구로 얻어낸 인간 짝짓기에 관한 과학적 근거들을 통해 ‘열 여자 마다하는 남자 없다’, ‘남자는 여자의 첫 남자이고 싶어 하고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여자이고 싶어 한다’ 등 남녀관계에 관한 속설들을 재미있게 풀이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16일 방송되는 전편 ‘속거나 속이거나’에서는 자연계에서 일부일처제를 가장 잘 지키기로 소문난 조류(8,500여종 중 95%)와 인간의 짝짓기 형태를 비교해봄으로써 일부일처제가 인간만의 고유한 제도인지 여부를 탐구해본다.
또 평범한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력적인 이성이 다가와 데이트를 제안할 경우, 학교 앞 원룸에 함께 갈 것을 제안할 경우, 함께 밤을 지낼 것을 제안할 경우에 대한 각각의 호응도를 체크해 ‘남녀의 성적 다양성 추구’ 성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실시, ‘더 많은’(양적) 짝을 추구하는 남성의 전략과 ‘더 나은’(질적) 짝을 추구하는 여성의 전략에 숨겨져 있는 특별한 이유를 파헤쳐본다.
12일 방송되는 후편 ‘배신 혹은 해방’에서는 영국 세인트 토마스 병원의 팀 스펙터 박사 연구팀이 쌍둥이 연구를 통해 밝혀 낸 ‘여성의 바람기 유전자’와 미국 에모리 대학의 래리 영 박사 연구팀이 15년 연구 끝에 얻어 낸 일부일처 유전자의 실체를 조명해본다. 유전자 개조로 일부다처 성향을 일부일처로 바꿀 수 있는지 들쥐를 통해 실험해보고, 미국 유타 주 등 일부다처를 실천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직접 들어본다.
35년 안에 일부일처는 사라질 것이라는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의 주장과 일종의 계약결혼인 PACS(Pacte civile de Solidariteㆍ시민연대협약) 커플과 싱글맘들의 주장을 비교해봄으로써 일부일처제의 미래를 전망해보는 시간도 마련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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