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지연돼온 3기 방송위원 선임이 마무리됐다. 그러나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이해에 좌우된 인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방송위원회 노조가 일부 위원을‘부적격자’로 지목, 출근 저지에 나서기로 해 2기 출범 때처럼 상당 기간 파행 운영이 우려되고 있다.
정치권 나눠먹기 되풀이
청와대는 13일 대통령 추천인 이상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마권수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동기 변호사를 포함한 방송위원 9명을 확정, 발표했다. 위원장, 부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5명은 위원들이 호선하도록 돼있으나, 위원장은 이상희씨로 사실상 확정됐으며 부위원장은 주동황씨, 나머지 상임위원은 강동순, 전육, 최민희씨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여당은 인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일부 후보를 배제하기도 했지만, 결국 정치권의 나눠먹기 및 밀실 인선이 되풀이됐다는 비판이 받고 있다. 특히 여야가 차기 대선을 겨냥한 ‘내 사람 심기’를 노골화 해 2000년 통합방송위 출범 이후 최악의 인선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일부 위원의 면면을 보면, 정치권이 전문성보다는 ‘입맛’에 맞거나 말 잘 들을 사람을 고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장 이상희씨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사 출신이 무려 6명에 달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케이블업계 관계자는 “방송위원회가 아니라 지상파방송위원회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고, 방송위 사무처 관계자도 “그렇지 않아도 방송위의 정책이 지상파에 편향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 3기에서 더 심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기간 파행 운영 우려
방송위 노조는 이번 인선을 “정치권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상실케 한 사상 최악의 인사”라고 비판하며, 업무 거부 등 전면 투쟁을 선언했다. 노조는 특히 강동순, 전육, 마권수씨를 ‘부적격자’로 지목, “자진 사퇴할 때까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강씨는 KBS 내부정보 유출 및 병역기피 의혹, 전씨는 삼성그룹 X파일 사건 관련 의혹, 마씨는 지상파 방송사의 이익을 대변해온 인물이라는 것이 반대 이유다. 전국언론노조도 일찌감치 ‘부적격자’로 지목했던 강씨와 전씨의 임명에 반대 뜻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따라 2기 출범 당시 상임위원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방송위원들이 임명후 20일 가까이 방송위에 출근하지 못했던 사태가 되풀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KBS 사장 임명 제청권을 가진 KBS 이사회, 방문진 이사, EBS 사장 및 이사 등 방송위가 추천 또는 임명하는 방송계 인사가 줄줄이 늦어지고, 지역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방송ㆍ통신 융합 등과 관련해 산적한 과제들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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