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는 금융, 헬스케어, 보험 등에도 과학기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인재를 배출해 사회에 공헌해야 합니다.”
로버트 러플린 전 총장의 뒤를 어어 13일 취임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70ㆍ사진) 신임 총장은 ‘설계’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분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잘 조합해 미래의 기술혁신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설계능력을 가르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재직시 대학원 제자들의 절반 이상이 특허를 받고 졸업했다”고 소개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으로 과감한 아이디어를 내는 풍토를 카이스트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창의성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타기처럼 배우는 것”이라는 교육철학도 내비쳤다.
서 총장은 또 “4년간 카이스트 예산을 두 배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 러플린 총장의 ‘사립화 구상’도 재정 확충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민간의 재정 지원을 당부했다. 5조원의 기금이 있다면 카이스트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말도 했다.
황우석 교수 파동과 관련, 그는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윤리적 문제”라고 진단하고 “교수와 학생 모두 윤리를 입으로 말할 게 아니라 몸에 배어있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발전 방향에 대해 그는 러플린 전 총장과 교수들의 의견 가운데 장점을 모두 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학생과 여성 교원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 총장은 과학기술계에 대해서도 “기초연구도 아니고 실용성도 떨어지는 어정쩡한 자기만족적인 연구가 많다”고 비판하고 “이론과 방법론을 고안하는 기초연구이거나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혁신이란 양 극단에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교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MIT를 졸업하고 카네기멜론대에서 기계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서 총장은 1984~88년 미국국립과학재단(NSF) 공학담당 부총재를 역임하고, MIT 기계공학과 학과장으로서 행정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한편 러플린 전 총장은 이날 퇴임식을 갖고 14일 미국 스탠퍼드대로 돌아간다.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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