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 상장자문위원회가 13일 공개한 생보사 상장방안 초안은 17년을 끌어온 난제에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생보사의 성격을 ‘상호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로 못박아 보험업계와 시민단체 간 논란의 핵심을 제거했다.
상호회사란 보험계약자가 계약 체결과 동시에 그 회사의 주인이 되는 기업형태를 말한다.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생보사의 상호회사적 성격이 인정될 경우,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은 주식회사의 ‘주주’에 해당하는 상호회사 회원 지위를 부여 받아 상장 차익을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자문위는 생보사가 형식적ㆍ실질적 측면에서 모두 주식회사라고 판단했다. 시민단체 측은 유배당보험 판매가 상호회사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자문위는 과거 보험사들이 유배당상품을 판매한 것은 정부 방침 때문이었고 미ㆍ일 등 주요 선진국 보험사들도 주식회사와 상호회사의 구분 없이 유배당보험을 판매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문위는 과거 계약자들에 대한 배당도 적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설립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과거 계약자들에 대한 배당률을 단순 산정할 경우 90%를 웃돌며, ‘자산 할당 모형’ 등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역시 과소 배당을 했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자문위가 인정한 유일한 ‘계약자 몫’은 삼성생명(878억원)과 교보생명(662억원)이 1990년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적립한 내부유보액이다. 내부유보액은 애초 계약자배당을 위한 것이며 일시적으로 결손 보전을 위해 사용되더라도 나중에 회사측이 원금을 채우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확실한 계약자 몫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 측은 내부유보액이 결손 보전을 위해 사용되므로 자본의 성격이 있고, 따라서 계약자가 주주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자문위는 단순히 계약자에 대한 부채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계약자는 채권자의 지위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90년처럼 자산재평가를 다시 실시해 계약자 몫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자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0년 자산재평가제도가 폐지돼 재평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생보사 “환영” 시민단체 “반발” 자문위의 방안에 대해 생보사들은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내부유보액 처리에 대해서는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할 뜻을 내비쳤다. 상장 차익 배분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성격이 주식회사로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에 상장 차익을 주주가 아닌 가입자에게 주식이나 현금으로 나눠줄 근거는 없지만, 내부유보금은 어차피 계약자의 몫인 만큼 그 동안의 이자와 추가 기부금을 더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공익기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는 자문위의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두 단체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책임성과 투명성의 전제라 할 수 있는 자문위의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공청회 토론자로 보험계약자 대표가 초대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생보사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생보사가 주식회사로서의 외형에 걸맞은 경영관행을 구축했는지, 특히 생보사의 주주와 경영진이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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