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A대를 졸업한 이모(27)씨는 3학년이던 2003년 가을학기부터 2005년 7월까지 2년간 미국 뉴욕의 한 사립대에서 공부했다. 2년은 한국, 2년은 미국 대학에서 소정 학점을 이수하면 양 대학 학위를 모두 주는 규정에 따라 두 대학의 학위도 취득했지만 학점은 100% 인정 받지 못했다.
수업료를 더 내고 미국 대학에서 80학점을 땄는데도 ‘타 대학 취득 학점은 졸업학점의 50%까지만 인정한다’는 법령에 묶여 결국 10학점(졸업학점 140점)을 날려 버렸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억울한 경우는 없을 것 같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ㆍ내외 다른 대학에서의 이수 학점을 50%만 인정하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13일 열린 제3차 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등교육 제도개선 방안을 보고했다. 교육부는 새 제도를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골자는 학점 인정 제한 폐지다. 재학생들이 외국대학이나 국내 다른 대학에서 취득한 학점을 대학 측이 학칙에 맞게 자율적으로 인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매 결연 대학 등에서 취득한 학점이 졸업학점(보통 140학점)의 절반(70학점)을 넘기더라도 모두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ㆍ외 대학 간 학생 및 학점 교류가 보다 활성화할 전망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학점 인정 폭을 지금보다 확대한다면 공동학위 수여가 늘고 교환학생 수도 증가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학이 타 대학 취득 학점을 졸업학점의 절반 이상으로 확대하기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숙명여대 박천일 입학처장은 “교육선진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인 것은 맞지만 타 대학 취득학점을 본대학 학점과 동일하게 인정하는 대학이 과연 있겠느냐”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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