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영역을 잘 못 치러 1등은 생각도 못했어요.”
인문계 수석을 차지한 서울 명덕외고 김민수(18ㆍ영어과)군은 “정말 1등 했나요”는 물음을 되풀이 하며 기쁨에 앞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김군은 ‘모범생’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어머니 김금선(46)씨는 아들 3명 중 장남인 김군에 대해 “낮잠을 즐겨 자고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유일하게 받는 사교육도 논술 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는데 그나마 지금은 그것도 끊고 오로지 자습에만 의존하고 있다. 요즘 유행이라는 ‘U턴 유학(초ㆍ중학생 때 외국에서 1~2년 공부한 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외고 등에 입학하는 것)’도 김군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김군 스스로 생각하는 유일한 공부 비법은 독서다. 책에서 모든 지식을 얻는다. 지난해 모 단체가 주관한 증권경시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었던 것도 증권 관련 서적을 며칠 동안 탐독하고 주위 친구들과 토론에 토론을 거듭한 결과였다. “심심할 땐 광고지 문구 하나하나까지 읽을 정도에요. 활자중독증이 아닐까 의심했어요.” 김군 어머니의 말이다.
영어는 어느 정도 하느냐고 물었다. “학교에 영어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 말하기 좀 곤란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궁금증이 더해 다시 물었다. “토익 990점 정도입니다.” 만점을 받았다는 얘기다. 영어 테이프를 반복해서 듣는다는 ‘고전적인 방법’을 애용한다고 덧붙였다.
김군은 계획에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 성격은 아니다. 문제를 풀어 보고 점수가 안 나오는 과목은 동영상 강의를 보며 복습하는 게 김군의 공부 습관이다. “스스로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나가는 식으로 공부하는 게 좋아요.” 자기주도학습의 전형으로 들렸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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