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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2> 두통약도 두통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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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제대로 알고 씁시다] <2> 두통약도 두통 부른다

입력
2006.07.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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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신들과 인간의 아버지로 군림한 제우스는 극심한 두통을 견디지 못했다. 결국 그는 프로메테우스에게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쪼개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프로메테우스가 부탁대로 머리를 쪼개자 그 속에서 지혜, 정의, 전쟁의 신 아테나가 갑옷을 입은 모습으로 함성을 지르면서 태어났다고 한다. ‘신들의 신’인 제우스도 두통에는 두 손을 들었다는 이야기다.

두통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질병이다. 또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흔한 병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또는 지속되는 두통이 생기게 되면 제우스처럼 내 머리에 무언가 큰 이상이 있는 게 아닌지 우려를 하게 된다. 실제로 진료실을 두드리는 환자들 대부분은 두통의 원인이 뇌종양이나 뇌중풍인지 염려된다고 호소를 한다. 하지만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를 이용하거나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촬영을 했을 때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1,000명에 한두명꼴인 0.18%에 불과하다.

이런 ‘두통 염려증 환자’와는 정반대로 두통이 너무 흔한 증상이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방치했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들 중 주목하게 되는 사람들이 바로 ‘만성 매일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사실 이들에게 조금만 생활습관을 묻게 되면 그 ‘만성 매일 통증’의 원인이 금새 드러난다. 이들은 두통이 생길 때마다 습관적으로 두통약을 찾아 먹었던 것이다.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두통약’ 때문에 ‘두통’을 키워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두통 환자의 90% 이상이 의사 처방 없이 약을 복용한다고 한다. 두통약은 대부분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통약 때문에 부작용이 생기거나, ‘약물 남용성 두통’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게보린’‘펜잘’‘사리돈’‘암씨롱’‘미가펜’ 등의 복합성분 진통제는 대부분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게보린과 펜잘에는 모두 50㎎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카페인은 다른 진통 성분의 흡수를 도울 뿐 아니라, 그 자체가 머리를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복합성분 진통제는 더 적은 양의 진통 성분으로 더 빨리 약효가 나타난다는 게 장점이다. 적절히 사용하면 이상적인 두통 치료제의 자격을 골고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약물 의존 가능성이 있으며, 카페인 과다 섭취의 우려도 있다. 이러한 약제를 1일 3회 이상 주 3회 이상 복용하면 ‘약물 남용’이라고 부른다. 약물 남용성 두통은 대부분 만성이며, 매일매일 계속되는 두통의 형태로 나타나 ‘두통-약물-두통’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치료를 위해선 며칠 동안 진통제를 완전히 끊어야 하지만 환자들은 이 고비를 넘기란 쉽지 않다.

약물 남용에 의한 매일 두통이 중년층 이상에서 흔한 현상이라면 젊은 층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과다 섭취한 카페인이 두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인 ‘코카콜라’도 처음에는 두통약으로 만들어진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매일 콜라를 먹는 청소년들에게서는 두통이 흔하게 나타난다.

주말에만 두통을 호소하는 직장인의 대부분은 ‘커피’에 의한 카페인 남용으로 인한 두통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적당한 커피처럼 활력을 넣어주는 것도 없지 않은가? 복합 진통제도 적절히 사용한다면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두통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미리 약물 남용이 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약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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