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경제부총리 및 재정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청’‘당-정’간의 대립구도에서 향후 청와대 편에서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임을 공식화 한 것이다.
권 내정자는 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재정경제부 고위관료들이 입버릇처럼 말해온 경제정책 방향을 ‘붕어빵’처럼 되풀이 했다.
우선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해서 “현재 잠재 성장률 경로를 따라 가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을 벗어나는 성장을 하면 반작용이 생길 수 있고 그 다음에는 잠재성장률 아래쪽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설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특히 “거시경제정책 담당자로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줘서는 안 된다”며, 최근 하반기경제운용계획 발표를 통해 정부가 여당의 요구에 굴복해 경기부양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반기 5%후반, 하반기 4% 후반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도 5%보다 낮은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해 경기가 하향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면서도‘시장에 주는 시그널’이라는 말을 한번 더 사용했다. 미세한 조정이라도‘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바뀔 수 있다, 기다려 보자’는 심리를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재산세 인하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당정 협의에서 결정된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 인하 외에 추가 보완대책을 강구할 경우 시장에 주는 시그널 효과가 크므로 큰 원칙을 훼손 않도록 현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양도세 공제 확대 등 연일 이런저런 수정안을 내놓고 있는 여당과의 마찰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增稅) 방안에 대해서는 참여정부를 넘어 다음 정권 후기까지 증세를 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소한 다음 정부 후기까지는 세율인상과 세목신설 등이 아닌, 감면 축소나 세원확충으로 대응하면서 재원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며 “양극화 재원은 15년 정도의 장기적 시각에서 일본이나 미국 정도까지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노출 등 세금을 빠짐없이 거둬 들이는 쪽에 더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증세반대를 넘어 일부 감세 주장까지 들고나온 여당의 압박을 어떻게 이겨내느냐는 권 내정자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