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대표 체제를 출범시킨 7ㆍ11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부터 한나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득표 2위를 기록한 이재오 최고위원이 12일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고,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은 당의 내홍 조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최고위원측은 박 전 대표의 선거 개입을 문제 삼으며 새 지도부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보였다. 대표 경선 과정에서 각각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지원을 받은 강 대표와 이 최고위원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물밑에서 박 전 대표측과 이 전 시장측 간의 대선후보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신’이란 표현을 쓰며 박 전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내가 전당대회장에서 연설할 때 박 전 대표가 자리를 뜬 것은 연설 방해 행위”라며 “내가 원내대표할 때 그렇게 잘 모셨는데 한마디로 배신이며, (박 전 대표가) 그러면 안 된다”고 공박했다.
그는 또 “이번 선거는 박 전 대표 측에 의한 공작의 결과”라며 “이런 지도부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측근 의원들과 지리산 산행을 다녀온 뒤 다음 주쯤부터 당무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종로구 견지동 사무실에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새 지도부가 꾸려졌으니 잘 할 것으로 본다”며 새 지도부에 대한 의례적인 덕담만 했다. 말을 아끼는 데서 불편한 심기가 느껴졌다.
반발 움직임은 최고위원단 진입에 실패한 소장파에서도 나타났다. 박형준 의원은 “대선주자 대리전으로 선거 전략을 짠 것은 박 전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원희룡 의원도 “새 지도부에 대해 ‘도로 민정당’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 당의 과제이자 부담”이라고 각을 세웠다.
강 대표가 취임 첫 일성으로 “전대 후유증에 대해서는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당내 화합을 약속했지만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당이 박 전 대표와 강 대표 중심의 주류와, 이재오 최고위원 및 소장파들을 포함하는 비주류로 나뉘고 있어서 전대 이후의 또 다른 힘겨루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 대표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경우 내년에 대선후보 경선이 모양 좋게 치러질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측 간의 세력 균형이 깨지고 한쪽으로 힘이 쏠릴 경우 밀리는 진영에서 강력 반발함으로써 당이 분란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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