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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두 진보학자의 엇갈린 FTA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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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두 진보학자의 엇갈린 FTA 입장

입력
2006.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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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열린우리당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진보적 학자들의 단체인 대안연대 소속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방청객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제가 한ㆍ미 FTA에 찬성할 것 같습니까? 반대할 것 같습니까? 전 찬성입니다.” 반면 뒤이어 발제에 나선 참여연대의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저는 반대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찬근 교수는 그 동안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와 함께 “자본에는 국적이 있다”며 론스타를 비롯한 외국 자본에 가차없이 메스를 들이대 왔고, “글로벌스탠더드의 과잉이 더 문제”라며 재벌체제의 순기능을 옹호해왔다.

개방보다는 보호 쪽이다. 반면 김상조 교수는 “미흡한 글로벌스탠더드가 더 문제”라며 주주자본주의의 논리로 재벌체제의 문제점을 공격해왔다. 두 진보 학자의 논리만 보면 FTA가 몰고 올 개방과 경쟁 체제에 대해 가장 찬성할 것 같은 김상조 교수는 오히려 FTA 반대 논리를 앞장서 설파하고 있고, FTA에 가장 반대할 것 같은 이찬근 교수는 FTA에 찬성하고 있는 셈이다.

두 사람 모두 한국과 미국이 맺게 될 협정문 자체의 플러스, 마이너스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이들의 관심은 FTA가 몰고 올 한국의 경제질서, 사회질서의 변화이다.

김 교수는 “개방을 통한 글로벌스탠더드 도입이라는 명제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 “그러나 지금 우리 현실에서 정부의 개방 충격을 통한 내부개혁 전략에는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FTA는 그 동안 잠재돼 있던 국내 이해관계의 충돌을 일거에 표출시키면서, 국내 세력관계에 근본적 재편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재편이 어느 방향(보수적 또는 진보적)이 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국내 기득권 진영의 목소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외국자본에 의한 토종자본의 경영권 위협’이라는 재계 주장이 확산되면서, 재벌 규제 폐지가 구체화하고, 교육ㆍ의료ㆍ환경 등에서도 탈규제화가 급진전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경제질서의 보수적 재편, 공공성와 안정성의 훼손 등과 같은 대내적 위험은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대외적 위험보다 더 큰 위험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찬근 교수는 “FTA에 대한 일방통행식의 반대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FTA는 불가피하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는, 지금과 같은 고착화된 이익구조가 FTA를 계기로 오히려 변화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중국의 추격으로 제조업이 망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업 인력을 어떻게 양성할 것이냐 측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FTA는 우리나라의 보수와 진보가 충분히 타협할 수 있는 안건”이라면서 “여당 지도자들도 FTA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찬반 세력간의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FTA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온 이 교수 등 대안연대는 조만간 논문 발표 등을 통해 논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할 계획이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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