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재경위의 권오규 경제부총리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선 참여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질타가 봇물을 이뤘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심판을 받았는데도 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권 내정자는 “현 경제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당 의원들은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포문을 열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은 “국민 정서와 제일 맞지 않는 대목이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경기가 침체되면 부양하고, 과열이면 진정시키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그런 말을 하니까 이상한 정부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권 내정자는 “지나치게 확장적 경기운영 신호를 시장에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위적 경기 부양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유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공세는 더 거세졌다. 송영길 의원은 “지방선거 때 국민의 민심이 무섭게 표출됐는데도 ‘아무 잘못이 없으니 계속 가겠다’ 이렇게 나오면 안 된다”며 “뭔가 쇄신하는 모습을 경제부총리가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수찬 의원도 “정부ㆍ여당의 정책이 국민 지지를 못 받았기 때문에 정책기조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 의원은 특히 “청와대를 설득이라도 해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경제 수장이라 할 수 있다”며 “부동산 정책도 여권이 제대로 챙기지 못했기 때문에 질책을 받은 것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제창 의원은 “제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보라”고 촉구했다. 우 의원은 “정부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다”며 “심판을 받고도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고 비판했다. 오제세 의원은 “지난 3년 반 동안 서민정책이 없었던 게 아니냐”며 “공무원이 아닌 국민과 함께 있는 의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주문했다.
정덕구 의원은 청문회석상에서 직접 질의는 안 했지만, 질의자료에서 청와대 비서실을 향해 “할 것은 다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안 하는 척함으로써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청문회에선 거시경제 정책 방향을 둘러싼 강봉균 의장과 권 내정자간 분명한 시각차도 드러났다. 강 의장이 “경기 하강세가 이어져 내년 상반기 성장률도 4%대를 넘지 못할 것”이라며 내년도 경제전망을 묻자, 권 내정자는 “연간 성장률은 5%대가 유지 될 것이며 잠재성장률(5% 안팎) 경로를 따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이 “체감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잠재성장률 보다 1~2%포인트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경기 부양을 주문한 데 대해서도 권 내정자는 “생각이 다르다. 잠재성장률 경로에서 벗어나면 그 다음에는 아래로 떨어지는 반작용이 생긴다”고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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