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사이에 이사장 자리가 세 번이나 바뀌니까 정신이 없네요."
12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최종 결재권자가 또 다시 바뀌었다. 전임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달 말 종료되면서 승계 1순위인 K이사가 1일부터 이사장 직무대리를 시작했고 11일자로 그의 임기마저 끝나는 바람에 다시 한번 다음 순위의 이사가 직무대리를 이어 받았다. 자고 일어나면 수장이 바뀌는 이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조만간에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에서 기관장의 장기 공백으로 혼란이 이어지는 곳은 건보공단 뿐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공모로 신임 원장을 뽑으려 하고 있으나 지원자가 거의 없어 언제 기관장을 임명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곳의 기관장 공백이 길어지는 이유는 안타깝게도 조직간의 밥그릇 싸움과 구태의연한 인사 잡음 때문이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이사장 추천위원회 구성을 놓고 두 달간 싸우고 또 싸웠다. 공단은 복지부가 기관장 추천위원회 구성에 참견을 해 이사장 공모가 늦어졌다고 주장하고 복지부는 제청권자인 장관이기 때문에 공단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반박해왔다.
공단에는 지방선거에서 낙마한 전직 장관이, 심평원에는 유시민 장관과 서울대 동기인 모 교수가 낙점 받았다는 밑도 끝도 없는 풍문이 돌아 다른 후보자들이 공모 지원을 포기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다.
두 기관이 올해 처리해야 할 과제는 건보 보장성 강화, 약가 적정화 준비, 수가협상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기관장의 공백 때문에 난제들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업무공백은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호언장담이 아무래도 책임을 면하려는 허풍처럼 들린다. 기관장의 부재가 길어지면 질수록 국민들의 피해는 커질 뿐이다.
사회부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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