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기 구입비가 미국 안보를 좀 먹는다.
뉴욕타임스는 11일 미 국방부가 최신형 무기와 방어시스템 도입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지만 무기 인도 일정이 늦어지면서 추가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예산 낭비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지금껏 미 국방부의 예산 낭비는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도가 지나쳤다. 국방부는 대 테러전쟁을 치르기 위한 전투력을 키운다며 최신형 무기 도입을 밀어붙였다. 육ㆍ해ㆍ공군의 전력증강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아도 ‘주문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졌다. 게다가 의회나 정부 기관 어디에서도 일정표나 예산을 점검하지 않았고 시민단체의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국가 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비용은 당연히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방부가 4월 의회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국방부가 구매 계약을 맺은 최신형 무기, 방어시스템 중 36가지가 예산을 초과했고 일부는 그 규모가 50% 이상 불어나 무려 230억달러(약 22조원)가 더 소요됐다.
더 큰 문제는 대당 가격이 당초 계산보다 커지면서 실제 구매 규모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적어졌다. 그마저도 이 무기가 제 때 배치되지 않아 국방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 국방부가 록히드마틴사에 주문한 F_22A는 계약을 체결한 지 20년이 지난 지난해 말 처음 실전 배치됐다. 규모도 당초 648대에 훨씬 못 미치는 181대로 줄었고 대당 가격은 그동안 무려 189%가 뛰었다. 록히드사는 한국 공군이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이 기종을 선택하도록 입질하고 있다.
지리멸렬한 무기 구매 체계를 보다 못한 미 의회가 국방부를 다그치고 나섰다. 존 매케인 상원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올 여름이나 내년 국방부의 예산 낭비에 대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도 철저한 회계 감사를 실시할 태세다. 하지만 회계 관계자들은 이마저도 국방부의 예산 관리가 전혀 체계가 없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무기 구매 계약 자체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단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뜻이다.
미 의회에서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 비용을 미리 결정하고 모든 예산 집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또 독점 생산이라는 점을 이용, 계약만 맺고 나면 대충 하려는 군수업체에 대해서도 따끔하게 혼을 낼 방법도 궁리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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