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차 남북장관급 회담에 임하는 북측 대표단의 자세와 인식이 지극히 실망스럽다. 이번 회담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으로 촉발된 엄중한 정세 속에 열린 것을 그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유감 표시를 하거나 최소한 해명을 하는 게 도리일 텐데도 북측 대표단은 "7월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밝힌 대로 이해해 달라"고 회피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그리고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한미 군사합동연습 중지, 상대방 참관지 방문 제한 해제 등 정치성 높은 종전의 근본문제 해결을 되풀이 주장했다. 동포애와 인도적 협조를 한 단계 발전시키자며 쌀 50만 톤과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할 것도 요청했다. 우리의 강력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격앙된 남측의 분위기를 알면서도 이런 요청을 했다면 정말로 뻔뻔스러운 일이다.
권호웅 북측 대표단장은 한 술 더 떠 북한의 선군(先軍) 정치가 남측의 안정을 도모해 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으니 어안이 벙벙하다. 남한사회의 분위기와 국제 정세에 이렇게 둔감하다면 정말 큰 문제다.
권 단장은 "외부에서 오는 재앙이 우리 민족 내에 발을 붙일 자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민족 공조를 강조했지만, 민족의 운명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은 선군을 앞세운 북측의 무모한 모험주의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대북 선제공격론에 강력히 반발하고 일본 주도로 추진되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안 채택에 반대하는 것을 자신들의 민족공조 논리에 공감한 것이라고 믿으려 한다면 큰 착각이다.
우리 대표단은 회담을 통해 정부의 단호한 입장과 남한 사회의 악화된 여론을 분명하게 주지시켜 북측 지도부에 그대로 전달토록 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우리정부와 중국이 미ㆍ일과의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하는 이유를 깨닫고 이른 시일 내에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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