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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 미사일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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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 미사일의 정치경제학

입력
2006.07.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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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말 타계한 '세기의 석학' 존 케네스 갈브레이드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의 위선과 시장경제로 치장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폐해를 까발기는 데 헌신한 '경제학계의 이단아'로 불렸다.

'풍요로운 사회''불확실성의 시대'등 세기적 명저를 수없이 남긴 그는 95세인 2004년 'Economics of Innocent Fraud'를 내놓으며 모두 33권에 이르는 저작을 마무리했다. '선량한(또는 결백한) 사기의 경제학'으로 직역되는 이 책에서 그는 소비자 주권 등 우리가 사회적 통념으로 믿어왔던 것의 대부분이 거대 자본과 권력이 결탁해 만든 허상이라고 갈파했다.

▦갈브레이드의 통찰력에는 '군산(軍産)복합체'의 음모도 비켜갈 수 없다. "미국 정부의 재량적 지출 가운데 매년 절반 가량은 무기 구매와 개발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무기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관료들이 아니라 군수 기업들이며 그들의 로비와 이해관계에 따라 국방예산이 집행된다.""(걸프전쟁의 경우) 미국이 충분히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는데, 전면전으로까지 확산시킨 것은 군산복합체에 의한 경제 회생을 꾀한 것이다."

▦군산복합체란 군부와 방위산업체가 유착해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일컫는다. 34대 미국 대통령 아이젠하워가 1961년 1월 퇴임연설에서 "미국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

그것은 군산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위협"이라고 말한 데서 유래하였다. 이후 이 군산복합체는 냉전 시대에 군비 경쟁에 전력하던 미국의 체제를 비판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었다. 즉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이면에는 군산복합체의 전쟁 음모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파장이 계속되던 1995년 한 미국 시사주간지는 '미 무기산업- 한반도 위기로 떼돈'이라는 커버 스토리를 다룬 적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엄청난 국내외 반향을 낳는 시점에 비슷한 보도가 또 나왔다.'보잉 록히드마틴 노스롭그루먼 등 미국의 대형 방산업체들이 미사일 요격시스템 도입 등 한반도 이해관계국의 군비확장으로 돈방석에 올라 콧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1998년 북한이 대포동 1호를 시험발사했을 때 국방대학에서 강연하던 럼스펠드는 "신이여, 북한을 축복하소서"라고 했다고 한다. 엊그제 아소 타로 일본 외무장관은 "김정일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북 미사일의 정치경제학은 참으로 어렵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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