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한반도 정세는 불안정 속에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서방측의 제재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아 보인다.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은 형식과 내용에서 중국의 동의를 얻기 힘들고 결과적으로 통과 자체가 불투명하다. 이미 금융제재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경제적, 물리적 봉쇄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치명적인 제재가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미국이 대북 제재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도 동시에 6자회담 복귀라는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등 상황관리에 들어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국 정부가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19차 장관급회담을 개최하고 북한이 참가한 것 역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이다. 지금의 위기상황을 더 고조시키기보다는 위기관리에 나서면서 외교적 절충점을 찾으려는데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물론 외교적 해법 모색이 무산될 경우 서방측의 본격 제재 추진과 북한의 강경 맞대응으로 북미간 갈등이 극단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일단 북미 모두 외교적 노력을 경주한다면 서로의 체면을 일정하게 차려주면서 의미있는 태도변화를 통해 상호 접점 찾기에 나설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상반기 4차 6자회담의 무산 속에 북미 갈등이 고조되다가 결국 미국의 대북 '주권 국가' 발언과 '미스터' 호칭이 북미 뉴욕 접촉을 촉발함으로써 회담 재개에 성공한 것은 지금의 대결 국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비공식 6자회담이나 6자회담 내 양자 대화 등이 절충용 해법에 속할 수도 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금융제재 해제에 대한 미국측의 유의미한 태도 변화가 아마도 회담 복귀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처럼 일단 외교적 해법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미사일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은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하고 화해협력 정책 기조를 수정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이는 감정적 대응일 뿐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상황일수록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안전판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키고 설득할 수 있는 채널과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3년 1차 북핵위기 당시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며 남북관계를 전면 중단했던 김영삼 정부는 결국 북핵 해결과정에서 소외된 채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6ㆍ17 면담과 '중대제안'을 통해 당시 소강상태였던 4차 6자회담 재개에 기여했던 것은 분명 핵 위기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유지한데서 가능한 것이었다.
결국 이번의 미사일 사태에도 우리는 '악동' 북한을 응징하려는 감정적 대응보다는 지금 조성된 북미간 대결상황과 한반도 긴장국면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북미 당사자의 직접 협상이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고 상호 요구사항에 대한 주고받기식 타협에 북한과 미국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길일 것이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뚜벅뚜벅 갈 수밖에 없다.
김근식ㆍ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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