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지문채취용 시약들은 너무 비싸거나,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있어 대체 시약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선 과학수사 경찰관이 기존 제품보다 안전하면서 가격은 60분의 1 수준인 지문채취용 시약 개발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계 최철균(42) 경위. 그는 11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종이류에 묻어있는 지문(잠재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새로운 시약 ‘N-EI’을 특허출원했다.
현재 경찰이 사용하는 지문채취용 시약은 2종류. A사가 독점 공급하는 제품은 성능은 우수하지만 가격이 리터당 17만원으로 고가이다. 이 때문에 일선 감식요원들은 가격이 1만원에 불과한 닌히드린이란 액체와 아세톤을 섞어 쓰기도 한다. 하지만 닌히드린과 아세톤 혼합액은 종이에서 잉크 번짐 현상을 일으켜 지문은 채취할 수 있지만 필적 감정은 불가능해진다.
또 아세톤 화합물은 인화성과 폭발성이 높고 인체에 유해한 독성가스를 배출한다. 실제로 감식요원들은 오랫동안 지문채취 작업을 하면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N-EI’은 이런 단점들을 해소했다. 닌히드린에 에탄올과 이소옥탄을 적정비율로 혼합한 이 시약은 종이에서 지문을 깨끗하게 채취하는 동시에 필적도 보존시킨다. 따라서 신용카드 전표 등에 묻은 지문을 감식해낸 뒤에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필적 감정이 가능하다.
또 가격도 리터당 3,000원 정도에 불과하면서 효능은 동일해 일선에 보급되면 연간 10억원 정도의 예산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개발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에는 어떤 물질을 섞어야 할지, 나중에는 혼합비율을 놓고 수도 없이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화학에 문외한이었던 최 경위는 대학 교수들을 찾아 다니며 조언을 구했고, 3개월여 동안 밤낮으로 실험에 매달린 결과, 잉크 번짐을 막는데 결정적인 혼합비율을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김상율 교수는 “‘N-EI’는 영국경찰이 보고한 헵탄과 에탄올을 사용하는 방식보다 안전성과 잉크번짐 방지효과가 향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경위가 개발한 ‘N-EI’는 경찰청의 우수혁신사례로 채택돼 전국에 확대 보급될 예정이다. 최 경위는 “증거 위주의 과학수사가 강조되면서 과학수사계 직원들도 공부하고 연구하며 전문성을 기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성우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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