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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도박중/ (상) 전국적 실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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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도박중/ (상) 전국적 실태는

입력
2006.07.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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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가까지…문나서면 도박장

서울 지하철 2호선 이화여대역 근처의 주택가. 1개월 전만해도 동네 사람들이 둘러 앉아 치킨에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월드컵 경기를 보던 호프집이 이 달 초 성인PC방으로 신장개업 했다. 인근의 한 김밥집과 횟집도 최근 성인오락실(게임장)로 간판을 갈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이모(37)씨는 “손님이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되던 분식집도 얼마 전 업종을 바꿨다”며 “우리 가게에서 보이는 성인도박장만 8곳이나 된다”며 말했다.

유흥가 등 주요 상권에 포진해 있던 성인오락실과 성인PC방이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다. 이름만 오락실과 PC방이지 사실상 도박장이다. 성인오락실은 전국에서 1만5,590개(문화관광부 2005년 말 집계)가 영업 중이고 성인PC방도 5,000여개(경찰청 추산)가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말 발표한 전국 약국 수 1만9,434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의 한 성인PC방에서 만난 오모(39)씨는 “지난 설에 오랜만에 모인 사촌들과 재미 삼아 성인오락실에 들렀다가 도박 맛에 빠져 계속 오고 있다”며 “주변 환경이 도박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같은 PC방에서 만난 강모(35)씨는 “예전엔 판을 벌이려면 강원랜드로 가든지 위험 부담을 안고 불법 도박장을 찾아야 했지만 요즘은 집만 나서면 도박장”이라고 혀를 찼다. 한달 최대 20만명에 달하던 강원랜드의 입장객 수가 6월 13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성인오락실, 성인PC방과 무관하지 않다.

이곳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어림잡아 2만여개의 업소에 평균 10명의 손님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본다면 20만명이 동시에 도박을 하는 셈이다. 업소 당 하루 출입 인원을 100명으로 잡으면 200만 명이 이곳을 찾는 것이다.

수요가 큰 만큼 시장 규모도 엄청나다. 상품권의 현금 교환이 엄격히 제한돼 암암리에 환전이 이뤄지는 탓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실은 1만5,590개 성인오락실의 연간 매출액이 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고스톱 포커 등의 게임을 하는 성인PC방의 경우 수익면에서 릴(reel)게임(다양한 문양이 회전하다 멈췄을 때의 배열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을 하는 성인오락실을 앞지른다”고 했다. 그러나 등록제여서 탈법 불법 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이 가능한 성인오락실과 달리 신고제인 성인PC방은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인터넷 도박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게임머니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한 인터넷 뱅킹의 등장과 함께 2년 전부터 생긴 인터넷 도박장은 그 수조차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탓에 게임 머니를 환전 받지 못하는 문제점을 보완한 교통카드충전식 게임 카드도 등장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강해진 중독성 진화 거듭

2000년대 들어 성인도박게임은 ‘성인오락실→스크린경마→릴게임→온라인 도박게임’의 형태로 진화해 왔다.

1970년대 초반부터 유흥가를 중심으로 암암리에 운영되던 성인오락실이 급속히 증가하게 된 것은 1999년 기존 ‘음반ㆍ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게임물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부터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이 심하지 않다고 판단한 일부 게임물을 허가해줄 수 있도록 되면서 기존에 불법으로 낙인 찍혔던 성인오락실이 비로소 음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2001년 등장한 것이 스크린 경마다. 이용자들은 무한정 배팅이 가능한 게임방식과 한 게임에 불과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 신속성에 환호했다.

이듬해 문화관광부가 도입한 상품권 경품제도는 이 업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편법으로 현금화했던 상품권이 현금처럼 통용되면서 2003년 스크린 경마 시장 규모는 40조원 대로 급성장했다. 경마 경륜 카지노 등 합법적인 도박시장 규모 15조원의 2.5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2005년 성인도박게임의 새로운 강자 바다이야기(릴게임)가 등장했다. 빠찡꼬 등 기존 릴게임에서 금지한 예시기능을 첨가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이 게임은 고래 인어가 화면에 나타나 수시로 색이 바뀌며 잭팟을 터뜨릴 신호를 알려준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대박의 꿈에 사로잡혀 쉽게 헤어나지 못했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 현재 성인PC방에서 성행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게임. 릴게임이 오락기와 1대1로 승부하는 방식이었다면 온라인 도박게임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기는 형태다. 우연보다는 자신의 실력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에 재미는 물론, 중독성도 더 크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도박게임이 점차 릴게임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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