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대포동과 아그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대포동과 아그니

입력
2006.07.12 10:42
0 0

북한 미사일 위기 속에 인도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실험이 눈길을 끌었다. 인도가 시험 발사한 아그니(Agni) 3호 미사일은 사정거리 3,500km 정도로 인접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중국 베이징까지 타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화해무드에도 불구하고 오랜 적대관계인 두 나라가 예민하게 반응할 듯 한데도 무덤덤하다.

특히 북한 선제공격까지 거론한 미국에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외치던 이들은 더러 머쓱했을 법하다. 그러나 비판적 언론도 미국의 이중 기준을 가볍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산스크리트 말로 '불의 신'(火神)을 뜻하는 아그니 미사일은 핵무기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한다. 인도는 1989년 사정거리 700~800km의 아그니 1호를 개발한 데 이어 사정거리 2,000~2,500km의 2호를 거쳐 지난해 5월 3호를 완성했다.

그 사이 수시로 시험발사를 한 것과 달리 3호 실험을 미룬 것은 미국의 핵 보유국 인정을 얻어내기에 앞서 주변국의 우려를 줄이려는 고려였다고 한다. 인도는 또 주변국에 탄도미사일 실험을 미리 통보, 숙적 파키스탄 정부조차 "특별히 논평할 게 없다"고 반응했다.

■북한이 쏜 대포동 2호의 추정 사거리는 아그니 3호와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기술적 완성도는 미지수다.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의 피터 헤이스 같은 이는 미국기준으로 미사일 개발에서 실전배치까지 40차례 시험발사를 거쳐야 하는 점에 비춰 북한이 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8년 만에 두 번째 실험을 한 페이스로는 160년이 걸린다고 지적한다.

미국 전문가가 위협을 애써 축소할 리 없다고 본다면, 탄도미사일이 그만큼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한 데 비해 북한의 능력은 이미 드러난 대로 조잡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군사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없어 한층 위험하다는 주장은 귀 기울일 가치가 없다. 주변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라는 비난도 별 의미 없다. 그렇게 강변하지 않아도 적대국의 신무기 개발이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북한도 명색이 국가인 이상, 미사일 실험이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것인지를 먼저 따져 합리적 대응책을 찾아야 했다.

이런 기준에서는 북한을 제재할 마땅한 근거가 없다. 그런데도 무작정 북한을 욕하다가 일본이 선제폭격을 입에 올리자 민족 수난사까지 거론하며 발끈하는 것은 어색하다. 북한과 주변국을 돌아가며 탓하기에 앞서 우리 자신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