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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3> 제 역할 잊은 시·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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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민선 4기, 이것만은 고치자] <3> 제 역할 잊은 시·도의원

입력
2006.07.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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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충북도의원 14명과 도청 직원 7명 등 21명이 경비 1,500만원을 들여 4박 5일간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그런데 Y의원이 경비 전액을 사비로 부담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사정은 이랬다.

당시 충북도가 제천시 화산동 제일고추시장과 명동ㆍ영천동 중앙고추시장을 신월동 일대로 통합ㆍ이전하는 사업비로 7억원을 편성해 도의회 승인을 요청했는데, Y의원은 제일고추시장의 24%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의회는 "특정 의원과 상인들을 위한 도비 지원은 부당하다"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7억원 전액을 승인했다. 시민단체들은 "의회가 의원 개인의 이익 챙기기에 동원되고 집행부와 의회가 한 통속이 돼 도민의 혈세를 낭비한 대표적 사례"라고 비난했다.

지방자치 민선4기가 시작되면서 지방의회도 개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원유급제'가 도입된 만큼 의회가 사익을 위해 활용되는 현실을 뜯어고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출범 열흘이 지난 지방의회는 아직까지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1일 개원한 5대 광주시의회는 첫날부터 파행으로 치러졌다. 겉으론 의장단 선거를 위한 의장직무대행을 누가 맡느냐의 문제로 분란이 일어난 것이지만 속내는 의원들이 의장직을 노리는 K의원과 N의원파로 나뉘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려는 다툼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K의원파는 이미 의원들간 부의장 2명, 상임위원장 4명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의회주변에 파다했다.

사실 어느 상임위에 속하느냐, 상임위원장이 누가 되느냐는 지방의원들의 이권개입을 위한 최대의 관심사다. 최근 개원한 전북도의회는 건설업을 했던 Y의원과 K의원이 각각 관련 상임위인 문화관광ㆍ건설위의 위원장과 위원으로, 운수관광업을 하는 S의원도 역시 관련 상임위인 산업경제위원회에 배정됐다.

H의원은 동생과 함께 노인복지병원 사업을 구상중인데, 전북도의회 교육복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교육복지위원회는 전북도와 노인복지병원 지정 등을 협의해야 하는 상임위다. 교육복지위원장 자리는 H 의원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힘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부산시의회도 의원의 전문분야를 살린다는 이유로 행정문화교육위원회에 사립유치원 설립자를, 도시항만위원회에 부산어패류조합장 출신을 배정,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 회복도 절실하다. 지자체 민선3기의 전국 16개 광역 시ㆍ도의회에 발의된 조례 건수는 4,776건이었고 이중 75.5%인 3,608건이 원안가결 됐다. 특히 경남 도의회는 230건의 조례가 발의돼 230건 모두 원안가결 됐다. 의회가 손도 대지 않고 처리된 것이다. 의회가 견제기능 상실을 넘어 의회 무용론이 나올 만하다.

'일하지 않는 지방의회'도 개혁 대상이다. 제6대 서울시의회가 지난 4년동안 운영되면서 의원이 발의한 조례안은 72건이다. 전체 조례안의 16.6%이고 단순한 산술로 102명 의원 중 30명이 4년 동안 단 1건의 조례발의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지자체 민선 3기 전국 16개 광역 시ㆍ도의회의 의원발의 조례는 633건으로 전체 발의된 조례안의 13.3%에 불과하다.

기초의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시 25개 구의회의 4년간 조례안 발의와 처리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의원발의는 전체 조례안 2,999건중 12%인 360건에 불과했다. 25개 구의회 전체 의원수가 460명임을 감안하면 구의원 1명당 발의 건수는 4년에 0.78건으로 1년 평균 0.19건이다.

이런 지방의회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의정활동을 잘 해도 당론을 따르지 않거나 같은 당이 장악한 지자체의 사업에 딴지를 걸면 공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H 전 서울시의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나라당 소속인 H 전 의원은 서울시와 서초구가 추진하는 잠원동 실내테니스장 건립에 반대하고 의회에서도 한나라당 안건으로 상정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지며 맞서다 결국 7대 공천에서 탈락했다.

제6대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마지막 정례회의에서 의원 개인의 사업이나 직업과 관련된 상임위에 의원을 배정할 수 없도록 '교섭단체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고 회기일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금창호 박사는 "지방의회가 중앙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주민이나 상위기관에 의한 '의원 의정평가제'를 도입해 선거를 정책과 인물 선택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기자 sori@hk.co.kr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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