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자체를 못 열게 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누가 민주 정부라고 했습니까.”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43)는 11일 기자들 앞에서 핏대를 세웠다. 그는 15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 앞서 이날부터 이틀 동안 모스크바에서 ‘또 다른 러시아’라는 회의를 열 계획이었다.
그는 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정치, 경제, 언론 등 모든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푸틴 정부는 독재 정부”라며 “전세계에 푸틴 정부의 실상을 낱낱이 고발하겠다”고 했었다. 이 회의에는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총리 등 최근까지 크렘린 궁에서 일했던 인사와 언론인을 포함해 좌ㆍ우익 인사가 두루 참석할 예정이었다. G8 참가국 주요 정치인들에게도 초청장을 보냈고 대니얼 프라이드 미국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까지 올 뜻을 비쳤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어렵게 구한 회의장 주인이 회의 직전 ‘에어컨이 안 나온다. 방송 시설이 고장 났다’고 해 어리둥절케 했다. 게다가 전국에서 오기로 한 참석자 상당수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카스파로프는 “모스크바로 향하던 조직원 20여 명이 비행기, 기차에서 붙잡힌 후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거나 갑자기 아프다며 못 오겠다고 알려왔다”며 “푸틴 정부의 치밀한 방해 전략 탓”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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