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묶음’이란 뜻의 ‘파쇼’(fascio). 그것이 시련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며 이탈리아를 2006 독일월드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인류에게 ‘파쇼’의 의미는 부정적이다. 전체주의를 일컫는 파시즘이 여기서 유래됐고, 이탈리아는 그 파시즘으로 폭력과 전쟁 및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그러나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이탈리아 축구는 위기상황을 자국민의 결속과 단결의 ‘파쇼’로 극복했다. 마치 1934년과 38년 월드컵에서 연거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전성기를 누렸던 것처럼.
이탈리아 대표팀은 월드컵 이전부터 줄곧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자국리그 세리에A의 승부조작 스캔들이었다. 이탈리아 축구협회장이 사임했고, 유벤투스, AC밀란, 라치오, 피오렌티나 등 세리에A 명문구단 관계자 20여명이 승부조작 혐의로 기소됐다.
스캔들은 대표팀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전 유벤투스 감독 이었던 마르첼로 리피 대표팀 감독을 비롯, 잔루이지 부폰(28), 파비오 칸나바로(33ㆍ이상 유벤투스) 등 주전 선수들이 월드컵 기간동안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소속팀이 하부리그로 강등될 경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이탈리아가 8강전에서 호주를 꺾고 기자회견을 하는 시각, 전 이탈리아 국가대표 수비수 지안루카 페토소(35ㆍ유벤투스 매니저)가 검찰조사를 받고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수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그의 팀 동료였던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32)와 잔루카 참브로타(29)는 그날로 이탈리아 토리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다른 선수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불운은 그라운드 안에서도 있었다. 이탈리아 공격의 핵 프란체스코 토티(30ㆍAS로마)는 지난 2월 리그 경기도중 큰 부상을 당해 예년과 같은 기량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주전 미드필더 다니엘레 데 로시(23ㆍAS로마)마저 조별예선 2라운드에서 미국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하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4경기 출장정지를 당하는 바람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빗장수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앙수비수 알레산드로 네스타(30ㆍAC밀란)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입은 부상으로 나머지 경기에서 뛸 수 없었다.
안팎에서 불어 닥친 시련들은 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주전 미드필더 젠나로 가투소(28ㆍAC밀란)는 결승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스캔들은 선수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면서 “그런 일들이 없었다면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장 칸나바로 역시 “지난 7경기를 치르면서 위기의 순간마다 선수들은 더 힘을 내자고 서로를 독려했고, 그것이 오늘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위기의 순간 하나로 뭉치는 ‘파쇼’의 긍정적인 힘이 FIFA컵을 이탈리아의 것으로 만들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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