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독립성이 이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 같다."
최근 금리 문제를 두고 여권과 한국은행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정권 후반기면 차기 대선을 겨냥해 으레 나오는 '경기 부양론'에 맞서 한국은행이 과연 소신 있는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최근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덩달아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물론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권한 밖의 부적절한 발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7일 "통화정책을 둘러싼 제도나 환경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며 불쾌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 총재는 또 10일에도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선제적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당정의 압박에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금통위 위원 7인 모두가 같은 의지로 뭉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기 후 각료나 금융회사 최고경영자 등에 욕심 있는 인사라면 정부나 정치권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던 게 그간의 분위기였다.
실제 수년전 일부 위원들이 재경부의 설득으로, 사전조율을 거친 안건을 뒤집어버려 박승 전 총재가 재경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또 한은이 정권 후반기면 나오는 '경기 부양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금융혼란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올 4월 이성태 총재를 포함해 4명이 교체된 금통위는 나름대로 중심을 유지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시험 무대는 이제 시작된 셈이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리든지 동결하든지, 중요한 것은 위원들의 시선이 외부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심장부를 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부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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