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정부고위 관계자들의 언급이 잇따르고 있다. 하반기 '제한적 경기부양'의 핵심골자도 '건설경기 부양'으로 좁혀지고 있다.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건설경기에 대해 회생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진 상태. 하지만 건설경기 부양은 자칫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과연 '경기는 살리면서 가격은 안정시키는' 묘방을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11일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건설경기는 경기 사이클상으로 최저점에 가까이 있다"며 "건설부문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주요 경제운용 방향에도 건설경기 진작은 중요 항목으로 분류돼 있는데, 당시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건설경기를 중심으로 한 합리적 경기진작"을 강조했다.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금과옥조'로 삼아온 참여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따라 건설경기 진작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유는 그 만큼 건설경기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5월 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9% 감소해 3월(-34.5%)과 4월(-18.8%)에 이어 3개월째 마이너스행진을 이어갔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 기성액도 5월 0.9% 증가에 그쳐, 3월(5.9%), 4월(2.0%)에 못미치는 등 건설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8.2%, 전체 고용인구의 7.9%(181만4,000명)를 차지했던 건설업이 침체를 겪을 경우 전체 경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건설경기 진작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채발행이나 추경편성 등의 전통적 경기부양책보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문제는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김 차관보는 "과거 정부처럼 추가로 돈을 부어서 사업을 추진할 생각은 없다"고 못을 박고 대안으로 민간자본을 활용한 BTL(임대형 민자사업)의 활성화, 행정중심복합도시나 기업도시와 혁신도시의 건설 본격화 등을 제시했다.
한 부총리도 "(주택 쪽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고) 투기수요나 가수요를 자극하지 않는 토목 등 분야에서 최대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예산불용액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집행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BTL활성화, 행복도시 기업도시 등은 이미 확정된 내용들이라 새로운 부양효과 자체가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건설경기 침체의 주요 원인인 거래 및 분양 부진을 타개하려면 거래세 및 보유세 인하와 재건축 등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변경하는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낮은데다, 이 경우 주택 가격이 또 다시 급상승할 수 있다는 부담을 지울 수 없다.
사실 건설경기부양은 역대 정권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구사해온 경기활성화 전략. 처음엔 사회간접자본처럼 대형재정사업에 초점을 맞추다가도, 결국은 '손쉬운' 주택과 상업용 건축경기에 손을 댔고 이는 결국 가격급등으로 이어졌다. 참여정부는 이 같은 패턴과의 단절을 천명했지만, 임기말 정치권과 업계의 부양요구를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입장은 건설경기 진작을 통한 경기 부양을 도모하면서 동시에 부동산 가격 안정 기조를 유지한다는 것인데 과연 상호 모순되는 두 목표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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