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한 고유가 등으로 미국 사회에 엄습한 위기 의식이 밑에서부터의 친환경 열풍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미국은 인구가 전 세계의 5%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의 40%를 차지하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하는 등 환경 보호의 열등생으로 손가락질 받은 지 오래다.
뉴스위크는 최신호(17일자)에서 미국인 개개인, 주 정부 등 지자체, 대기업 등이 에너지 풍요의 시대를 잊고 환경보호에 솔선 수범하는 등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미국에서 환경보호론은 부침을 겪었지만 현재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115년 역사를 지닌 환경보호단체 ‘시에라 클럽’의 회원은 최근 4년 동안 3분의1이 증가해 80만 명에 육박했다.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환경을 중대한 현안으로 인식한 응답자는 2004년 62%에서 2년 만에 77%로 급증했다. 지난해 미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은 미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슬로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마천루에서도 현재 최고층인 허스트 코프사 본사와 건설 중에 있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는 태양열 활용은 물론, 빗물이나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난방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텍사스주 주도인 오스틴은 미국 도시들 중 재활용에 가장 적극적이다. 시 당국의 쓰레기 재활용 정책에 힘입어 가구당 쓰레기 배출량은 1992년 1.14톤에서 지난해 0.79톤으로 줄었다.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 사용도 올해 6%에서 2008년 11%로 늘릴 계획이다.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환경 경영에 나서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가 에탄올 제조사에 투자키로 하는 등 대체 에너지를 비롯한 그린기술은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다. 유기농 의류를 매장에 등장시킨 월마트의 환경 마케팅은 소비자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건강과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이들의 머릿글자를 딴 ‘로하스(LOHAS)족’을 겨냥한 시장은 2,0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했다.
미국에서만 차량 연료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한 해 17억톤에 달한다. 또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 중인 중국과 인도가 뿜어내는 막대한 오염물질까지 감안하면, 자전거 통근 같은 노력만으로는 전지구적 생태 재앙을 피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마틴 호퍼트 뉴욕대 물리학 교수는 “미국이 환경기술 개발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다른 나라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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