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반성과 배상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종교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 주에선 노예제와 관련된 과거사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률 제정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개신교회인 모라비아교회와 성공회 교회는 지난달 노예를 고용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사죄하고 현재도 계속되는 인종주의에 맞서 싸울 것을 약속했다. 특히 성공회 는 노예제와 교회와의 관계를 조사, 흑인 교인에게 배상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위원회는 1898년 백인 인종지상주의자들이 흑인 60명을 죽이고 수천명을 윌밍턴시에서 쫓아낸 사건의 희생자 후손에게 배상하라고 주정부에 요구했다.
미주기구(OAS)는 미 정부에 1921년 오클라호마에서 벌어진 인종폭동의 정보공개를 요청한 결과, 흑인 300명이 이 사건으로 살해됐다는 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OAS는 이를 국제 인권차원에서 추적키로 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주 정부와 공동사업을 하는 보험사는 노예제와 관련된 과거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법을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일리노이주와 아이오와주도 2003년과 2004년 잇따라 비슷한 내용의 법을 제정했다.
조상이 유명한 노예거래상이었던 백인 성공회 교인 카트리나 브라운은 조상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지난달 열린 성공회 임원 모임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예제도에 대한 반성은 6년 전 랜들 로빈슨의 ‘미국이 흑인에게 진 빚(The Debt:What America Owes to Blacks)’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의 반대여론도 상존한다. 현재의 미국인이 몇 세대 전에 끝난 역사적 과오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 그런 배상은 소수민족 차별철폐조처와 사회보장제도로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흑인인 맨해튼연구소의 존 맥워터는 “이런 배상 운동은 흑인을 괴롭힌 게 돈 문제 때문이라는 오류에 기초한다”며 “흑인에게 돈을 주는 게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