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야기가 공연상품이 되고 있다. 몽골침략에 저항한 고려인, 수원으로 천도를 꿈꾼 정조대왕, 소풍을 꿈꾸던 시인의 발자취, 요절한 남편에 애절한 편지를 쓴 조선시대 여인 등 고향에 얽힌 얘깃거리가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로 가공되고 있다.
수원에 위치한 경기도 문화의 전당은 유네스코 등록 세계문화유산인 화성과 이를 건축한 정조대왕을 소재로 한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를 17일까지 공연한다. 수원으로 천도를 꿈꾼 정조대왕과 실학자 정약용의 우정, 정조대왕과 여성실학자로 ‘규합총서’를 쓴 빙허각 이씨의 러브스토리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윤택이 연출하고 조흥동, 김영동 감독 등 거장들이 참여했다.
안산 문화의 전당은 안산 별망성에서 대몽항쟁에 나섰던 고려 민초들의 이야기를 다룬 국악 뮤지컬 ‘꼭두별초’를 지난해 10월 공연해 전회 매진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앙코르 공연도 역시 전회 매진됐으며 일본 브라질 등에서 초청의사를 밝혀오기도 했다. 꼭두별초는 1270년 삼별초군의 몽고와 대치하고 있던 별망성에서 민초들이 도깨비탈을 쓰고 쌍검을 휘두르는 전쟁춤으로 몽고군을 유인해 100여명을 무찔렀다는 고려사의 기록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의정부 예술의전당도 의정부에서 말년을 보냈던 고 천상병(1930∼1993) 시인을 소재로 한 연극 ‘소풍’을 지난해 자체제작 해 호평을 얻었다. 소풍은 천 시인과 아내 문순옥 여사와의 애틋한 사랑과 고인의 때묻지 않는 말년의 모습을 그려냈다.
1998년 4월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는 먼저 간 남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절절해 현대무용, 국악가요, 소설, 연극으로 가공된 바 있다.
경기 문화의 전당 관계자는 “지방 공연장들이 그 지역의 대표적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것은 지방문화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면서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워 조금만 가공하면 상품성 있는 공연물로 창작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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