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40평형대 이상 중ㆍ대형의 미분양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가격과 평형, 부동산시장의 두 가지 거품 가운데 '평형 거품'이 먼저 빠지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ㆍ대형 미분양의 원인을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보유세 증가 ▦발코니 확장 허용 등에 따른 대형 주택의 매력 감소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말 예정인 판교 중대형 분양을 앞두고 상당수 청약예금 보유자들이 통장 사용을 꺼린 것도 일반 중ㆍ대형 미분양 증가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6일 청약을 받은 서울 충무로 자이 주상복합아파트는 31, 34평형의 경우 3순위에서 3.9~6대 1의 청약 경쟁률로 마감됐으나 40~60평형대는 1~1.9대 1 수준에 그쳤다. 앞서 지난달말 청약접수가 이뤄진 용인 공세지구 대주 피오레 아파트는 38평형만 수도권 1순위에서 2.64대 1로 마감됐을 뿐 나머지 40~70평형대는 모두 미달됐다.
특히 부산과 대구 등 지방 시장일수록 대형평형의 미분양 적체가 심각하다. 대구 수성구에서 분양중인 S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그나마 20~30평형짜리 물건만 꾸준히 팔리고 40평형대 이상은 찾는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며 "당초 중대형을 공급할 계획이던 사업자들도 설계를 변경해 30평형대 이하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바꿔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발코니 확장 허용도 30평형대의 인기 집중 현상에 한 몫하고 있다. 최근 설계한 30평대 아파트는 발코니를 확장할 경우 40평형대처럼 넓게 쓸 수 있어 무리를 해서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시행업체 더굿플러스의 김대한 이사는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30평형대 이하 아파트는 종부세와 주택담보대출 강화 조건에서 벗어나는 만큼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발코니 확장 덕분에 분양시장에서 대형평형으로만 몰렸던 아파트 '평형 거품'도 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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