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이 시작된 10일 FTA 반대 단체들의 활동도 본격화했다.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 협상에 반대하는 사회ㆍ시민단체들은 협상장인 서울 신라호텔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여는 등 FTA 저지를 위한 실력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집회는 대규모 병력을 동원한 경찰의 진압으로 무산되거나 축소됐다.
이날 오전부터 줄줄이 예정됐던 신라호텔 앞 집회는 대부분 흐지부지됐다. 오전 9시 열린 ‘한미 FTA 저지 대표자 기자회견’에는 당초 범국본 대표단 등 40여명이 참석키로 했으나 경찰이 회견장 진입을 불허하면서 10여명만이 참석했다.
대표단은 “양국의 거대 독점자본만을 위한 FTA 협상이 타결되면 농업 의료 교육 등 민중의 삶은 송두리째 위기로 내몰릴 것”이라며 즉각적인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경찰은 허가받지 않은 협상장 주변 집회를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초반부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신라호텔과 장충체육관 주변에만 20개 중대 2,000여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지하철3호선 동대역 입구에서부터 시위대의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충돌하며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경찰이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용 차량을 강제로 견인하려 하자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차량 밑에 드러누워 격렬히 저항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두 시간여의 몸싸움 끝에 경찰은 낮 12시께 호텔로 향하는 대부분의 진입로를 장악했다. 이로 인해 노동부문 국제연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기자회견 등 대부분의 행사가 중단됐다.
김장호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은 “경찰이 평화적 시위는 보장하겠다고 하면서 기자회견마저 금지하는 것은 독재정권 시대에도 없었던 국가 폭력”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10만여명이 참가해 반 FTA 열기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12일 서울시청 앞 범국민 대회는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 경찰은 전국 경찰 기동부대의 80%에 해당하는 220개 부대를 이날 집회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이미 세웠다.
소규모 활동은 계속돼 광화문에서는 범국본 문화예술공대위가 공연과 퍼포먼스를 통해 협상의 부당성을 알리는 ‘100시간 논스톱 릴레이 문화행동’에 들어갔으며, 저녁에는 시민단체들의 촛불문화제도 열렸다.
한편 기독교사회책임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보수단체들은 “반 FTA 시위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며 “11일부터 한미 FTA를 지지하는 국민대회와 거리 캠페인 등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