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부터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19차 남북 장관급회담의 개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의 태도부터 심상찮다. 의전부터 의제까지 최대한 북측을 압박하는 모습이다.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관례적으로 총리가 주재해왔던 환영만찬도 통일부 장관 주최로 격을 낮출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다. “북측이 회담에 나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가 통일부 내에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미사일 발사에 격앙된 국내외 여론, 정부의 중단 경고를 듣지 않은 북측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단 10일 현재 북측은 회담 불참을 통보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간 전체적인 일정 조율과 대표단 명단 교환 등 회담 개최를 위한 기술적 준비는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통일부, 국정원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이종석 통일부 장관 주재로 모의회담을 갖는 등 회담 개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 모든 정황을 볼 때 일단 회담 준비는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북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측 대표단을 웃으며 맞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환영만찬 주최를 이종석 장관으로 바꿨다. 북핵 갈등이 고조된 2003년 7월 11차 장관급 회담 당시 외부 인사 초청 없이 만찬을 개최한 전례를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의전을 따지는 북측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도 있다.
회담 의제도 북측 입장에서는 불편한 것 투성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첫 전체회의 기조연설부터 미사일 발사와 6자회담 복귀 문제 등을 따질 것”이라며 “쌀이나 경제협력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심지어 “북측이 장관급 회담에 오지 않을 상황도 감안하고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할 정도로 회담 무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뚜렷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담을 최대한 덜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래서 회담 개최 여부가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반론도 있다. 과거에도 북측은 남측의 정세나 군사훈련 등의 이유를 들어 남북회담을 연기시킨 전례가 많다. 회담 당일 불참을 통보한 적도 있다. 2001년 3월13일부터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던 5차 장관급 회담이 그렇다.
회담이 연기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은 북한 자신이다. 마지막 남아 있는 남북대화의 문마저 닫는다면 당분간 외부의 압박 공세에 혼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이종석 장관에게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대화 틀 유지”를 주장하는 ‘외로운 비둘기파’였던 이 장관에게 북측의 회담 불참은 두 번째 ‘뒤통수 때리기’가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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