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전의 수렁에 빠지면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휘둘러온 ‘카우보이 외교’도 종언을 고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17일자)에서 보도했다. 타임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강행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반응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타임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보다 더 놀라운 것은 부시의 반응이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평양에 통일된 메시지를 계속 보내기 위해 동맹 및 우방과 함께 일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위기와 관련된 한 기자회견에서 ‘외교’라는 용어를 6번이나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4년 전 그는 북한을 ‘악의 축’에 포함시키고 “안전을 위한 유일한 길은 행동하는 것”이라고 선언했었다. 타임은 현재 진행중인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어조의 조절 차원을 넘어서는 크고 심오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라는 비난을 받아 온 이른바 ‘부시 독트린’은 9ㆍ11 테러 이후 이상적, 일방적 비전을 제시하면서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부시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의 확산과 함께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선제타격을 가하는 방안을 이슬람 테러리스트 및 불량 국가에 대항하는 야심찬 전략의 토대로 삼았다. 부시 독트린에서는 다른 나라의 도움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과거의 부시 대통령이었다면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가 미사일 위기를 불러 일으켰을 때 행동으로 응징하거나 최소한 말이나마 강력한 경고와 비난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번에 평양의 도발을 평가절하하면서 오히려 다자주의에 의한 해결을 강조함으로써 ‘카우보이 외교’는 종언을 고한 셈이 됐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 소탕과 이라크전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소모하는 동안 중동지역의 혼란에서부터 수단의 집단학살과 중국의 지역패권 야심에 이르기까지 지구촌의 다른 여러 문제가 미국이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으로 대표되는 ‘실용 외교’세력이 미 행정부 내에서 힘을 얻어감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는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지구촌 갈등에 대해 뉴욕데일리뉴스 칼럼니스트 마이클 굿윈은 9일 칼럼을 통해 “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굿윈은 지난 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등 일련의 사태가 이를 입증해 준다면서 “3차 대전은 전세계에 걸친 전쟁이라고 느낄 수 없지만 증오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세계대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줘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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