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요즘 ‘정중동(靜中動)’이다. 겉으로는 칩거에 가까울 정도로 조용하게 지내지만, 7ㆍ11 전당대회에 대해선 눈매가 예사롭지 않다.
박 대표는 지난 달 16일 퇴임한 뒤 주로 삼성동 자택에 머물면서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한 측근은 “5ㆍ31 지방선거 때 피습 당한 얼굴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았고, 대표 시절 체력 소모가 워낙 컸기에 여름 내 푹 쉬며 재충전을 할 것”이라며 “대선 경선 캠프 구성 등에 대해선 여러 구상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렇게 쉬기로 작정했던 박 대표가 지난 주부터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점점 과열되고 있는 전당대회 대표경선 대리전 논란 때문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오래 전부터 이재오 후보를 돕고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해 들은 박 대표가 매우 격앙돼 있는 상태”라며 “박 대표가 측근 의원들에게 ‘전당대회가 이렇게 불공정하게 치러지면 내년 당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전했다. 박 대표가 원칙적인 ‘엄정 중립’만 강조하며 침묵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표는 3, 4일 전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를 기자회견이나 홈페이지 글 등을 통해 직접 표명하려고 했으나, 측근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이 무렵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 이른바 친박(親朴)파 의원들이 강재섭 후보를 돕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다른 측근은 “박 대표는 TV 토론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학법 재개정 등에 대한 이재오 후보의 발언이 당 정체성과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 걱정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오 후보는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의 지원 논란에 대해 “이 시장과는 인간적으로 친한 사이일 뿐 지원은 전혀 없다”고 일축한 뒤 “그런 주장은 나에 대한 음해이고, 당을 분열시키려는 거대한 음모”라고 발끈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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