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호 태풍 ‘에위니아’의 영향으로 빗발이 굵어진 9일 오전 부산 중구 남포동 자갈치 시장. 날씨 탓인지 사람의 발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시장의 핵심시설로 과거 30년 넘게 ‘자갈치어패류처리장’이 터를 잡고 있다 3년전 건물이 헐렸던 자리에는 최근 ‘부산종합수산물유통센터’ 건물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달 중 개장을 앞두고 내부 인테리어 등 마무리 단장이 한창이었다.
국내최대 연근해 수산물 집산지이자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시장이 2년 반가량의 ‘대변신’을 끝내고 현대식 건물로 다시 문을 연다.
자갈치시장은 1800년대 말부터 부산 중구 남포동과 서구 충무동에 이르는 해안 자갈밭에 노점형태의 수산물 판매가 이뤄졌다. 이곳 상인을 일컫는 ‘자갈치 아지매’가 상징하듯 역동적인 부산의 삶의 현장이기도 했다.
1974년 연면적 2,000여평의 근대화 시설(자갈치어패류처리장)로 변신했던 이 시장은 오랜 세월에 좁고 낡아 2003년 말부터 국ㆍ시비 등 326억원을 들여 현대화에 착수, 현재 지하 2층, 지상 7층(연면적 7,837평)의 건물신축을 끝내고 조만간 개장할 예정이다.
‘도약’, ‘비상’, ‘활공’ 을 상징하는 3마리의 갈매기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새 건물은 연근해 어선들이 넘쳐 나는 부산 남항을 배경으로 부산을 떠올리는 명소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부산종합수산물유통센터’는 1, 2층엔 수산물시장과 회센터, 2층에는 수산물기업홍보관과 생선회 아카데미, 4층엔 민속식당 및 회전초밥코너, 5층엔 씨푸드레스토랑, 6층은 맥주집과 테마놀이방, 7층에는 스카이라운지 등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3년 가까운 공사기간 2층 규모의 인근 임시건물로 옮겨 장사를 계속하던 ‘자갈치 아지매’들도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대부분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이들은 “깨끗하게 단장된 새 시장을 열게 되면 좀 더 많은 손님이 찾아주지 않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부산시는 다시 태어나는 자갈치시장의 상권을 활성화하고 시민과 관광객들이 바다 정취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도록 이 일대에 대한 친수공간 조성계획을 내놓아 상인들과 시민 기대를 한층 부풀리고 있다.
시는 2008년까지 44억여원을 들여 중구 충무동 물양장~자갈치시장~건어물시장에 이르는 770㎙ 구간에 폭 20㎙의 해안도로를 만들고 도로 곳곳에 쉼터와 조형물을 설치해 인근 PIFF(부산국제영화제)광장, 국내 최고 높이의 제2롯데월드와 연계, 주변 전체를 관광 명소화 할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개장을 앞두고 신축 시설물의 위치과 매장구성 문제 등을 놓고 상인과 시행사간 마찰을 빚고 있어 산뜻한 출발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
상인들은 최근 건물외부 일부시설(송풍탑)이 상가를 가려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물리력을 동원해 시설물을 파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게다가 일부 매장의 입점을 반대하는 등 개장도 하기 전에 ‘밥그릇’싸움을 빚는 양상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시설관리 주체인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은 “대기업의 참여 등 여러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부문에 대해 상인들이 이를 의심하거나 다소 근시안적으로 내다보는 측면이 있다”면서 “원만한 협의를 통해 이달 개장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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