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번 독일월드컵에서 도박사들에게 가장 사랑 받은 통계표는 아마도 팀간 상대 전적표가 아닐까 싶다. 본선 주요경기를 살펴보면 상대 전적에서 우세한 팀이 여지없이 승리를 따냈기 때문이다. 독일월드컵만큼 ‘먹이사슬’의 원칙이 맹위를 떨친 대회도 없다.
‘천적 프리미엄’의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팀은 프랑스. 한국과 비기는 등 조별리그를 힘겹게 통과한 프랑스는 16강전 이후 상대 전적에서 우위에 있는 팀만 만나는 ‘행운의 대진표’를 받아 들었다.
프랑스는 16강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를 3-1로 제압하며 조별리그에서 당한 수모를 씻고 명가재건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축구에서 월드컵 다음으로 큰 대회로 평가되는 유로선수권에서 스페인과 3차례 맞붙어 2승1무의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8강에서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2승1무로 앞서 있던 브라질을 1-0으로 꺾고 4강에 오르며 기세를 이어 나갔다. 4강전에서도 프랑스는 역대 전적 15승1무5패로 절대 우위에 있는 포르투갈을 1-0으로 물리쳐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역시 4강에서 천적 독일을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4강 경기 이전까지 독일과 28차례 맞붙어 13승8무7패로 우위를 보여왔다. 이탈리아는 특히 2003년 친선경기와 지난 3월 평가전에서 각각 1-0, 4-1의 승리를 거두며 ‘전차군단’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프랑스에 덜미를 잡혀 4강에 만족해야 했던 포르투갈은 16강전에서 ‘보약’을 먹고 힘을 냈다. 역대 전적 5승3무1패로 절대우위를 보이고 있는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를 만나 1-0으로 제압한 것이다.
그러나 대회 최고 인기팀으로 꼽히는 잉글랜드는 무려 38년동안 이어져 온 지긋지긋한 ‘스웨덴 공포증’에서 못 벗어났다. 스웨덴 출신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 68년 스웨덴을 3-1로 이긴 뒤 지금까지 12차례의 대결에서 8무4패로 여전히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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