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울시 자치구의 선심성 재산세 깎아주기에 따라 비싼 아파트가 오히려 세금을 적게 내는 ‘세금역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자치구의 재산세 인하조치 효과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민주택 재산세 인상 완화조치 혜택보다 커 과세불균형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올해 재산세 인상분이 지난해 재산세액의 5%를, 3억원 초과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10%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산세 완화조치를 발표했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미성2차 아파트 47평형의 올해 주택 공시가격은 9억4,600만원으로 당초 재산세액은 169만1,190원이다. 그러나 강남구의 탄력세율을 적용한 재산세 50% 인하 조치로 105만2,500원만 납부하면 된다. 이는 지난해 공시가 7억3,400만원 기준으로 부과된 재산세 112만7,460원에 비해 오히려 7만4,960원(6.7%)이 줄었다. 탄력세율은 지방세법에 근거 주민들의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50% 범위내에서 세율을 자율 조정할 수 있다.
반면 같은 평형으로 공시가 7억400만원인 광진구 구의동 현대프라임 아파트 주민은 올해 재산세로 135만원을 내야 한다. 당초 150만원이지만 광진구는 탄력세율을 이용해 10%의 재산세를 인하했다.
이 세액은 같은 평형이지만 공시가는 2억4,200만원이나 비싼 압구정동 미성2차 아파트보다 29만7,500원 더 많다. 시 관계자는 “보유 부동산이 6억원이 넘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하는 주민들은 자치구의 재산세 인하조치로 덜 낸 세액만큼 종부세로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시가 6억원 이하의 주택보유자로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아닌 경우엔 정부의 재산세 인상 완화조치 혜택보다 큰 자치구의 재산세 인하효과를 고스란히 누리게 된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 29평형의 경우 올해 공시가는 4억5,100만원으로 재산세액은 자치구의 재산세 50% 인하가 적용돼 43만3,750원이다.
반면 올해 공시가 4억2,700만원인 종로구 평창동 롯데낙천대 아파트 43평형 주민은 정부의 재산세 완화조치에 따라 지난해 세액(52만3,100원)보다 10% 증가한 57만5,420원을 내야 한다. 평창동 롯데낙천대 아파트가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보다 공시가격은 2,400만원이 싸지만 세금은 14만1,670원을 더 내는 것이다.
한편 올해 서울시민의 재산세 부담은 지난해 보다 15.8% 증가한 1조793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기준대로라면 2조1,338억원에 달할 전망이었지만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재산세 완화조치로 867억원이 줄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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