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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에 核협력 선물 주고 뭘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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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러에 核협력 선물 주고 뭘 얻을까

입력
2006.07.12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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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처음으로 민간 부문에서 광범위한 핵 협력을 추진키로 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경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 핵 발전소 건설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취임 이후부터 줄곧 러시아와의 핵 협력을 거부해 왔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핵 정책은 수십년 간 지속돼 온 의회의 초당적 합의사항이기도 해 부시 정부가 무슨 이유로 의회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핵 정책을 뒤집었는가가 관심의 초점이다.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이번 핵 정책을 미국_러시아 관계의 “거대한 변화(sea change)” “역사적인 이정표(landmark)”라고 평가하면서 15~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개막 직전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포스트가 8일 보도한 양국간 새 핵 협정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 세계에 있는 미국산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수천톤의 사용 후 핵연료를 자국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사용 후 핵연료의 러시아 유치는 러시아나 미국 정부 모두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러시아는 핵연료를 폐기할 수 있는 저장소라는 국제적 공인을 받은 셈이어서 각국으로부터 최대 2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폐기물 유치에 따른 외화획득은 러시아 정부가 수십년간 꿈꿔온 숙원사업이다.

러시아 정부는 광활한 국토를 이용, 외국의 핵 연료를 수입ㆍ저장ㆍ재처리하는 법률을 2001년 발효했으나 미국의 봉쇄로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핵 연료의 95% 이상을 미국이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만 정도가 러시아와의 핵 거래에 우호적이었으나 궁극적으로 미국의 허락이 필요해 포기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초 인도와의 핵 협정에서 밝힌 것처럼 민간용 핵에너지의 활성화라는 명분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이란 핵개발에 깊숙이 연관돼 있는 러시아를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이란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힘을 써주기를 기대하면서 미리 선물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이란 핵 문제에 관한 국제적 책임을 일정 부분 러시아 정부에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국 핵 협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현찰을 챙겼지만,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뭔가’에 대한 기대감만 얻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헨리 소콜스키 핵비확산정책 교육센터 소장은 “일방적이고 아주 이상한 거래”라며 “우리는 돈을 던져주는 기회만 얻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하나는 러시아의 낙후된 핵처리 시설로 인한 환경적 재앙을 경고하는 목소리다. 체르노빌의 악몽을 생생히 기억하는 환경론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핵 시설의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자국을 핵 쓰레기 폐기장소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난한다.

미국과 러시아와의 이번 핵 협정은 러시아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공인된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인도와 달리 미국 의회의 승인이 필요치 않다. 의회는 다만 90일 이내 상ㆍ하원 양원 과반수로 협정을 거부할 수는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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