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력화를 선언한 고건 전 총리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고 전 총리는 5ㆍ31 지방선거 직후 ‘희망한국국민연대’라는 정치적 결사체를 이달 중 출범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인물난 등이 겹쳐 난항을 겪는 분위기이다.
한 측근은 9일 “중도 실용주의 세력들의 집합체 성격에 맞는 사람들을 찾느라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고민은 공동 대표를 누구로 내세우느냐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 정당조직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50대 경제분야 전문가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때 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연대 발기인 선정도 그렇다. 고 전 총리 측은 비 정치인 중심으로 발기인을 모집하되 사회 각 분야 전문가를 포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구성원들이 싱크탱크인 ‘미래와 경제’ 인사들과 겹치는 데다, ‘희망연대=시민 사회단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전ㆍ현직 정치인들을 끼어넣자니 여야 정당과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고, 이들을 배제하고 각계 명망가ㆍ전문가 중심으로 가자니 상대적으로 인물이 빈약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희망연대의 출범 시기도 당초 이 달에서 8월 중으로 늦춰질 전망이다. 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고건은 역시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너무 일찍 카드를 공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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