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선은 22만표(득표율 0.57%)로 승부가 갈렸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선거라 불릴 만큼 아슬아슬했던 드라마는 집권 우파 국민행동당 펠리페 칼데론(44)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칼데론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일 발표한 공식집계 결과 득표율 35.88%를 기록, 35.31%를 얻은 좌파 민주혁명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 후보를 눌렀다.
오브라도르 후보측이 결과에 불복하며 선거재판소에 소송을 제기, 당선 확정은 9월 6일 선거재판소가 개표 결과에 문제가 있는 지 여부를 최종 판결할 때까지 미뤄졌지만 잠정집계, 표본집계를 거쳐 공식집계까지 칼데론 후보가 앞섰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은 별로 없다.
칼데론으로서는 당장 두 동강 난 나라를 하나로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4,100만 투표 용지 전부 재검토 해야 한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항의 시위와 집회를 요청해 그를 지지하는 시민ㆍ노동자 단체들이 호응하고 나서면서 여전히 어수선하다. 좌우 이념 대립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강경파는 선거재판소도 믿을 수 없다며 흥분한 상태라 폭력 사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칼데론은 “지금은 하나로 뭉쳐야 할 때”라며 “오브라도르를 내각에 참여 시키겠다”고 손을 내밀었으며 연립정권을 구성하기 위해 다른 당과도 접촉 중이다.
멕시코-미국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가려는 불법 이민자 문제도 시급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가 600만명에 이른다며 국경에 더 많은 장벽을 쌓고 주 방위군까지 투입, 경비를 강화하고 있는데 멕시코 국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칼데론은 “미국의 다른 정책은 다 지지하지만 불법 이민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칼데론이 무턱대고 미국에 반대할 수만은 없다. 멕시코 수출품 90%가 팔리는 곳이 미국이고 미국 내 이민자들이 매년 200억 달러 가까운 돈을 고국에 보내는 등 미국 없이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 대신 그는 주택과 인프라 건설을 늘려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을 줄여보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칼데론 미 하버드대 유학파 출신으로 에너지장관, 멕시코국가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친미 경제전문가로서 비센테 폭스 현 대통령 정책의 핵심을 유지하며 더 많은 개방과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친미 강경 보수주의자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의 재선 성공에 이어 칼데론이 승리하면서 중남미에서 거세게 불던 좌파 바람은 확실히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코 앞에 있는 멕시코까지 좌파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던 미국도 칼데론이 좌파 돌풍의 주역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한숨 돌리게 생겼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펠리페>
▦경제
실업 문제= 16~28세를 적극 채용하는 기업에 대해 1년 동안 세금 면제
경기 부양= 더 많은 고속도로와 도로망을 만들고 관광지 개발
세금 문제= 소득세율을 낮추고 최저 소득 근로자에 대해서는 소득세 면제
유전 개발= 민간 및 해외 기업으로부터 투자 유치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 처리= 해외 석유 메이저와 기술 협약을 추진해 천연 가스 개발 능력 증강. 투자를 3배까지 늘리기 위해 세금 부담 줄이고 자율권 부여
▦빈곤 극복
변두리 주민들을 위한 공공 의료 기관, 의료 보험 혜택 확대하고 저소득층 청소년 교육 기회 확대
노년층 연금 혜택 확대
비료, 종자 값 인하로 농민 부담 축소
주택과 인프라 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미국 불법이민 축소
▦외교
국제 기구에서 보다 활발하게 활동하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
기본적으로 미국의 정책을 지지하나 국경지대에 더 많은 장벽을 쌓고 주 방위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은 반대. 미국의 이민 정책 변화 촉구
미국 내 이민자들이 법률 상담할 수 있는 특별사무소 설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맺은 미국과 캐나다에 멕시코 이민자를 더 많이 받아들여 멕시코 경제가 개선되도록 요구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절대 반대
▦범죄
범죄 정보 중앙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어 마약 관련 범죄 소탕에 활용
유괴범 사형 집행 등 범죄 강력 처벌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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