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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미 양자대화 촉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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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북미 양자대화 촉구해야

입력
2006.07.1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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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이 일을 저질렀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파들에게 호재만 만들어 준 자충수를 둔 꼴이다. 1998년 당시에도 다 죽어가던 미사일방어(MD)계획을 살려준 것이 북한의 실험발사였다. 미 국방대학에서 강연하다가 북한의 시험발사 소식을 전해들은 럼스펠드가 “신이여, 김정일을 축복하소서”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 미ㆍ일 강경파에 호재

이번에도 부시 행정부 강경파들에게 MD 추진을 가속화 시키는 명분과 남북관계 진전에 훼방을 놓을 구실만 만들어준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군사력 증강과 우경화를 위한 좋은 호재를 얻은 일본 내 극우파들도 제 세상 만난 듯하다.

미국과 일본은 유엔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추진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나갈 태세다. 그 불똥은 한국에도 튈 것이다. 미국은 대북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청하는 한편,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리사회의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대북지원의 중단과 대북포용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의 신중치 못한 미사일 시험발사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과잉대응은 금물이다. 문제의 본질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책도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대북포용정책과 ‘대북 퍼주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의 산물이다. 근본적인 원인제공자는 부시 행정부다.

이번에도 북한이 두 달 가까이 끌면서 뜸을 들일 때, 미국이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평양에 보내거나 북미 간에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신호만이라도 보냈다면, 북한이 이처럼 무모하게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적대적 무시’와 협상기피가 가져온 결과다.

북한 미사일 문제는 2000년 10월 북한 조명록의 워싱턴 방문으로 이미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거의 해결될 뻔했다. 미국이 대북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하는 대가로 미사일 수출을 중단하고, 사정거리 300마일 이상 미사일의 개발ㆍ배치를 하지 않기로 북미 간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북미 간의 합의를 뒤엎어 버렸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올브라이트의 표현을 빌리면, “선물을 가방 속에 넣어 책상 위에 올려놓고 왔는데, 부시가 차버렸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관계를 크게 후퇴시킬 뿐만 아니라, 대북 지렛대와 발언권의 상실로 이어져 스스로 손발을 묶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대북지원을 중단한다고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나? 또 대북지원금이 미사일 개발에 이용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남한이 지원하지 않더라도, 또 설령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굶어 죽더라도, 북한은 체제 생존이 걸린 미사일과 군부에 모든 역량과 경제력을 최우선적으로 쏟아 부을 것은 자명하다. 결국 고통을 당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뿐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해서 자제를 요구하는 동시에, 같은 강도로 미국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북미양자협상을 촉구해야 한다. 그럴만한 충분한 권리와 자격이 있다. ‘글로벌 이슈’는 미국의 입장을 존중해주는 대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도 해주고, 전략적 유연성도 인정해주고, 천문학적인 용산기지 이전비용도 우리가 전부 부담했다.

● 한반도문제 우리가 주도

어설프게 “6자회담 틀에서 해결”이라는 식으로 미국의 입장만 추종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6자회담과 북미양자협상이 병행돼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고 있고 북미양자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반대로 우리는 대북지원 중단 문제로 논란이나 벌이고 있는 상황이 한심하고 안타깝다.

이철기 동국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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