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포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첫 번째 스커드 미사일의 발사 사실은 청와대에 약 30분이 지난 4시께 보고됐다. 오전 5시에 발사된 대포동2호 미사일이 10분 만에 청와대에 보고된 것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위기조치 차원에서 보면 첫 번째 미사일 발사가 더 빨리 보고될 법하지만 단거리 미사일이라는 이유로 장거리미사일에 비해 보고가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998년 대포동1호 시험발사를 계기로 미사일 위기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에 위기상황이 도래할 경우를 대비한 대응방안이다. 미사일 위기관리 매뉴얼은 2급 기밀로 분류돼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이미 실전배치된 중단거리 미사일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첫 미사일 발사보고가 대포동2호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방부 차원의 위기관리 조치도 더디게 진행됐다. 국방부 장관 주재로 미사일 발사 상황을 평가하고 조치내용을 검토하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린 것은 첫 미사일이 발사된 지 1시간 반이 지난 오전 5시. 이에 따라 6시20분에 전군에 군사대비태세 강화조치가 내려졌다. 우리와 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던 일본 정부는 발사 20여분 만인 오전 3시52분에 긴급 경계발령을 내렸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포동2호와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남한지역 타격이 목적인 사정거리 300~500㎞의 스커드 미사일이 한반도에 더욱 심각하고 실질적인 위협이다. 실제 북한은 600여기의 스커드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3분의2를 평양_원산 이남의 휴전선 인근으로 전진배치시키고 있다. 유사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국군은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에이테킴스(ATACMS) 전술지대지 미사일로 무력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전시상황은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작전계획5027’에 포함된 조치내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NSC의 미사일 위기 매뉴얼에 스커드나 노동 등 중단거리 미사일의 시험발사도 당연히 포함 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험발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전시에 준하는 위기상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시험발사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으로 미사일이 군사분계선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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