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차 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열기로 한 것은 정부 내 대화론자가 승리한 결과다. 정부는 다만 회담을 열되 북한의 미사일과 6자회담 복귀를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을 회담장에서 압박하겠다는 이야기다. 북측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회담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부 내 온건-강경파의 기 싸움은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시작됐다. “이번 기회에 북한에 본 때를 보여야 한다”는 외교, 국방부의 논리와 “이럴 때일수록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통일부의 주장이 맞섰다. 정부는 이날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대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회담에 나가 북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미사일 발사 중단, 6자회담 복귀 등을 촉구하겠다는 통일부쪽 주장이 먹힌 것이다.
그러나 6일부터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북한 군부가 3일 제의했던 군사접촉을 남쪽이 연기키로 하면서 장관급 회담 개최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미사일 발사 장본인인 북한 군부가 제의한 접촉을 거부한 상황에서 장관급 회담에 나간들 무슨 효용이 있겠느냐는 논리가 힘을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례가 없는 남쪽의 장관급 회담 취소 통보는 화해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대북정책 의 기조 변화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사일 발사라는 돌발사태와 국내 보수여론의 반발 등으로 인해 며칠 사이에 대북정책 기조를 뒤집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논란은 마무리됐다. 국회 통외통위와 국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도 6일 연석회의에서 회담을 열어 북측에 강하게 항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이제 공은 북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미사일 발사 이후 쌀 50만톤 차관 지원과 비료 10만톤 추가 지원을 유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회담장에서는 대포동 2호 미사일 뿐 아니라 다른 중ㆍ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북측 입장에서는 기분 좋을 리 없는 의제다. 게다가 기대했던 쌀 비료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담에 나올지 미지수다. 나온다고 해도 가파른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성균관대 정외과 김태효 교수는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다”며 “만약 만나서 이 사태를 엄중하게 추궁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주문하지 못하면 회담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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