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를 약속했던 17대 국회에서 첫 몸싸움이 벌어진 것은 2004년 9월 정무위였다. 출자총액제한제 유지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는 위원장석 점거, 의사봉 쟁탈의 구태를 재연하고 말았다.
출총제 사수에 몸을 던졌던 열린우리당은 2년이 지난 지금 180도 달라져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여당 지도부는 출총제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며, 연말까지인 제도개선 논의시한마저 10월로 앞당길 것을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다.
연내 입법까지 끝낸 후 내년부터는 기업들에게 '출총제 없는 세상'을 선사하겠다는 얘기다. 당이 앞장을 서자,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도 기다렸다는 듯 출총제 폐지를 공론화하고 있다.
하지만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제도를 2년 만에 왜 '공공의 적'으로 몰아세우게 됐는지에 대해선 명쾌한 설명이 없다. 당시 정무위 소속이었던 한 여당의원은 "출총제가 이토록 쓸모없는 제도였단 말인가.
그렇다면 쓸모없는 제도를 위해 그토록 몸싸움까지 했다는 말인가"라며 최근의 일방적 분위기에 자괴감마저 든다고 했다. 하기야 99년 경제팀장(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재벌개혁 5+3원칙'에 따라 출총제 강화를 주도했던 강봉균 의장이 이젠 출총제 폐지 선봉장에 섰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출총제가 기업투자를 막아 성장에 제동을 건다면 당연히 없애야 한다. 경제계의 다수의견도 폐지쪽이다.
그렇다 해도 짚어볼 것은 짚어봐야 한다. 출총제 논의를 위한 태스크포스가 이제 겨우 첫 회의를 열었을 뿐이데, 무엇이 그리 급하길래 당정이 이토록 쫓기듯 밀어 부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과정이 졸속일 때 어떤 후유증을 겪는지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이성철 산업부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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