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5월 초순 북한 미사일 문제가 불거진 뒤 미사일이 발사된 지금까지 이에 관한 노 대통령의 언급은 거의 공개된 게 없다. 독도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사일 발사 전에는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5일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도 대통령이 사흘 동안 공개적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다. 노 대통령은 7일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CEO 혁신토론회에 참석, 15분 가량 연설했으나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5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했으나, 발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공개된 노 대통령의 언급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온 한마디이다.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입 조심’은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연일 공개 발언을 하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대통령이 말을 아끼는 이유는 우선 미사일 해법을 놓고 고심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북한과 미국이 각각 미사일 발사와 대북 금융제재 등으로 강경 대치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사일 해법을 주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므로 좀더 시간을 두고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또 수 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킨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번 일로 북한에 대해 섭섭하거나 안타까운 심정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지금 대통령이 공개 언급을 할 경우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지나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미사일 발사 대응 논란이 다소 가라앉을 때쯤 공개적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르면 금주 중에 대통령이 입을 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사일 문제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은 첫째 우리 국익과 우리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미사일 문제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되 한반도 긴장이 조성되지 않도록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우리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한국의 대외 신용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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